북한의 안팎곤경이 대화수락 촉진 | 남북대화 재개-배경과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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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례적인 팀스피리트85 훈련에대한 북한측의 억지주장으로 무기연기됐던 남북경제회담과 적십자회담이 우리측의 재개제의에 대한 북한측의 날짜수정제의와 우리측의 수락으로 일단 숨통이 틔었다.
북한측은 지난 3월25일의 우리측 대화재개 제의에 대해 4열4월및 5월중순으로 우리측이 잡았던 경제회담과 적십자회담일자를 한달 내지 2주일간 연기하자고 제의해왔다.
이는 북한측이 우리와의 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정과 함께 나름대로 잘 계산된 복선이 있는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측이 팀스피리트85 훈련을 핑계로 남북회담을 연기했지만 북한이 당면한 대내외적 상황에 따른 실리와 명분의 차원에서 볼때 대화를 외면할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북한측은▲김정일세습체제 인정대가로 개방을 권고하는 중공의 압력▲종주국인 소련에「고르바초프」서기장의 등장으로 불기시작한 동서화해무드등으로 이해 우리와의 대화에 응할수 밖에 없는 주변여건이 조성되어왔다.
특히 중공어뢰정 표류사건에 따른 한·중공 접근가능성익 고조는 북한을 남북대화로 몰아내는 한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도 보인다.
서구자본과 기술의 도입을 위해 합영법까지 만든 북한은 서방측의 투자를 끌어들이자는 당초목표가 진척을 보이지않자 합영법세칙까지 제정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그런 차원에서도 남북대화에 응할 필요가 있었으리란 관측이다.
게다가 북한측이 회담연기의 구실로 삼았던 팀스피리트훈련도 오는17일로 끝남에따라 북한측은 회담재개를 반대할 명분마저 없게됐다.
이렇게 볼때 북한측이 신속하게 남북회담에 응해온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지만 그들이 남북대화의 재개시기를 5월로 잡은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초 우리측은 경제회담을 4월18일로 제의했었으나 북한측은 5월17일로 연기 제의해왔다.
물론 팀스피리트훈련이 끝난지 하루만에 회답에 응하기가 거북스럽다는 면도 있겠지만,굳이 연기할 조건이 없는데 4월을 피하고 한달 연기시킨것은 12대국회 개원시기등을 고려,우리 내정의 추이를 지켜본 뒤에 하겠다는 저의가 있는것 같다.
그렇다면 남북회담은 본류에서벗어나 「춤주는 회담」이 될 소지가 큰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이다.
그동안 북한측이 남북회담을 제의하고, 연기하고, 다시 제의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런 사정은 한층 명확해진다.
우선 지난해 11월에 2차경제회담 (12월5열 예정)을 연기할때 소련인 「마투조그」씨의 망명에 따른 판문점총격사건을 내세웠지만 실은 소련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벌기위힌 전략이었다.
얼마안돼 경제회담은 물론 적십자회담까지도 개최하자고 해놓고 회담시일이 가까와오자 팀스피리트 훈련같온 엉뚱한 이유를 들어 다시 무기연기시켰다.
이때에도 실은 1월회담을 할경우 총선거에서 정부 여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제공해줄지 모른다는 계산이 있었던것 같다.
이처럼 북한측은 아직까지 남북대화를▲경제난 타결을 위한 대서방접근 ▲미-중공-북한간 3자회담을 위한 분위기조성등 그들의 국내외적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86,88올림픽의 성공적수행등 현실적인 문제와「민족화합 미주통일」기본정신에 따라 북한측의 이같은 속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이끌어가야할 필요성이 있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이번에 재개하기로 된 남북대화의 전망에대해 경제회담은 지난1차회담에서▲상설 남북경제협력 위원회 구성▲남북간 끊어진 철도연결▲무연탄 철광석 섬유 명태등 상호공통된 교역품목의 선정등의 문제에 대해 상당히 의견접근을 본 부분이 적지않았더만큼 북한측이 진정으로 교역을 하려든다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남북간에 교역의 길이 적극 모색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교역 후협력의 2개 의제를 제시한 우리측과 남북간이 경제분야에 있어서 합작과 교류를 실현하는데 대하여」라는 단일 의제를 제시한 북한측의 의견대립의 절충이 하나의 관건이 될것이다.
또 적십자회담도 지난해의 예비접촉에서▲의제▲대표단구성▲상설회담 연락사무소 운영등에 대해서는 재확인을 했던만큼 이번회담에서도 어느정도 진전이 예상된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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