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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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에서 만다라대전이 열린 것은 하나의 경사다(중앙갤러리).
티베트 밀교의 만다라가 국보적인 고려촵조선 불화와 함께 전시되어 갑자기 서울이 밀엄정토라도 된 것 같다.
밀엄정토는 화엄경에서 화장세계가 되고 정토 경전들에선 극악세계가 된다.
만다라는 바로 그런 깨달음의 최고 경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만다라엔 특히 대승불교 최후의 꽃인 밀교의 비의가 새겨져있다.
만다라(Mandala)는 원래 인도에서 불·보살을 모시고 예배·공양하던 단을 뜻했다.
산스크리트로 원·전체를 어원으로 하기에 「윤원구족」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하나도 무의미한 것이 없고 모두 그 고유 의미를 갖는다는 불교의 세계관으론 우주 전체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만다라라고 하면 불촵보살 제존을 종이에 그린 것이 된다.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하는 태장계 만다라와 금강계 만다라가 기본적이다.
진언밀교에서는 제존의 모습을 그린 대만다라, 제존 대신 법륜이나 연꽂을 그린 삼매야 만다라, 범자로 표시한 법 만다라, 코끼리를 그린 갈마 만다라가 있다.
밀교에선 또 네 가지로 만다라의 뜻을 가리기도 한다.
첫째는 본질·정수를 뜻하는 「만다」에, 소유를 뜻하는 「라」를 붙였다는 의미에서
「본질을 갖는 자」의 뜻으로 본다. 곧 「깨달음을 완성한 경지」를 뜻한다.
둘째는 깨달음을 닦는 곳인 「도장」을 뜻하고 셋째, 제불을 예배촵기도하는 굿인 「단」, 넷째 제불이 보인다는 뜻에서 「취집」의 뜻이 있다.
그 뜻이 어떻든 만다라는 깨달음으로 이룬 장엄한 세계를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러나 청·황·적·백·흑의 오정색이 휘황하게 조화를 이룬 가운데 펼치는 밀의를 감상자가 쉽사리 알 수는 없다.
「비밀 진실한 깨달음」은 내자증의 경지인 만큼 만다라를 대하는 사람도 오관전체로 회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다」하는 느낌이 온몸에 전율할 때 만다라의 미도 감득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그러나 만다라의 존상들이 갖고있는 지물이나 인상의 제약과 기하학적 조형, 혹은 힌두교적인 관능성을 모두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전의 이해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선 눈앞에 전개되는 장엄하고 오묘한 불화의 색채와 형상미 앞에서 독특한 밀교의 세계를 느껴보는 것만도 큰 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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