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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한, 선장뽑았지만 항해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한당은 29일의 전당대회에서 원외의 조윤형씨를 새 총재로 뽑아 2·12총선거 참패후 갈피를 못잡고 헤매던 당체제의 재정비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한당이 새 총재를 중심으로 35석을 지켜 원내교섭단체로 존속할것인지, 아니면 야권의 합종련형 소용돌이 속에서 분해또는 대폭 감소되어 교섭단체구성 자체가 무산될지는 여전히알수 없다.
순탄하게 총재를 뽑고도 이처럼 민한당의 명운이 계속 혼미한것은 조씨를 지지한 원외및 대의원세력과 당의 원내존속여부를결정할 당선자 그룹이 각기 별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한당의 구조적 모순때문이다.
이같은 요인은 결국 조총재로하여금 총재에 당선되어 자신의 정치색깔을 드러내기보다 당장 이탈세력을 불잡아 당의 체모를 유지하는것을 더 급하게 만들고있다.
사실 선통합이냐, 선체제정비냐는 양자택일의 싸움에서 조씨가승리한것은 난파된 민한당을 재건하겠다는 당원들의 신념보다는 신당돌풍에 횡사했다고 생각하는다수의 원외위원장과 그 추종자들의 자존심과 오기가 큰 작용을 했음을 조씨 자신도 시인할정도다.
범주류의 유한열씨나 고군분투한 한영수씨가 1차투표후 쉽게경선을 포기하고 조씨에게 승리를 결정해준것은 이같은 당내 저류가 현장의 설득으로 바뀔 성질이 아님을 읽을수 있었기때문이다.
당헌개정안 처리결과에서 보았듯이 민한당 대의원들은 부총재 인선방법의 개정에 매달린 조윤형,한영수안이나 유한열의 범주류안, 그리고 통합수권위 구성만을 고집한 이중재안을 모두 거부했다. 당원들은 당체제문제가 민한당의사활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것 같았다.
조윤형씨는 동병상련의 원외 세력들로부터 지지는 받았지만 그자신 정치초년범인 이철씨에게 고배를 마신 약점을 지니고 있고 원외가 원내를 지휘해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유한열씨는 유치송씨가 대안없이 팽개친 범주류를 결속해 세력화해야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한계를 느꼈으며, 한영수씨는 근자 「성성」을 인정않고 좌충우돌해 쌓아올린 투쟁력이 그자신이 말하는 「제5공화국에서의시궁창」 경험을 뛰어넘지 못하는아픔을 겪었다.
또 이중재씨의 수권위파는 많은 대의원을 설득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데 보다는 민한당의 병리분석과 김대중·김영삼씨의 위력을 전파하고, 장차 있을 이당의명분을 더 좇는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때문에 이씨의 안은 지지율도 제일 낮았고 야유도 많이 받았다.
이런 경위를 감안할때 조씨의 총재당선은 새로운 야당지도자의탄생이라는 측면보다는 민한당 특유의 고민이 상징적으로 표출됐다는 시각에서 분석될수 있을것같다
따라서 조총재의 당면과제는 효과적인 야당통합의 추진파 12대국회의원 당선자의 개발 또는 집단이탈을 방지하는데 집중되지 않을수 없다.
조총재는 신민당과의 통합을 『당대 당의 차원에서, 질서있게, 그리고 예우를 받으면서 추진하겠으며 통합시기를 가급적 앞당기겠다』 고 밝히고 민한당의 노선을「강력한 대여투쟁파 신민당과의 선명경쟁」에 두어 소속의원의 이탈방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기조가 민한당을 떠나려는 세력과 민한당의 원내교섭단체구성을 한사코 저지하려는 김대중·김영삼씨의 의지를꺾을수 있으리라고 보는 견해는 적은것 갈다.
두 김씨는 민한당이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구체화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총선거 직후부터 집요하게, 경쟁적으로 빼내오기 작업을 벌여왔고 4월15일 12대국회 개원전에는 결항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양김씨측의 얘기와 민한당 당선자와의 개별 인터뷰를 총합해 보면 지역구당선자 26명 (전국구는9명) 중 l8명이 전당대회후 적당한 시기에 신민당에 가겠다는의사를 밝혔다.
이들 18명은 이중재 이용희 김성식 김봉욱 이재량 유애상 이진연 (이상 7명 김대중계와 접촉) 김정길 목요상 등재원 김일윤 황병우 심완구 이상민 황낙주 (이상8명 김영삼계와 접촉)이영준 장기욱 허경구 (이상3명양김파 접촉) 씨등이다.
이중 이중재씨등 10여명은 2,3일내 즉각 탈당할것으로 보이며황병우 목요상씨등은 민한당,유치송전총재와의 특별한 관계때문에 일진에 끼어 이목을 끄는것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당대 당의 통합을 끝까지 기다릴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거나 태도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사람은 유치송· 이건일 · 조종익· 유한열· 임종기·고재청·서종렬·박일 씨등 지역구 8명과 이태구·박해충· 신재휴·손태곤·정상구·최운지·신동준·황대봉· 송현섭씨등 전국구 9명이다.
민한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하는일이 있어도 당간판을 지키겠다는사람은 유치송·손태곤·신동준씨정도이며 나머지는 궁극적으로는대세를 따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막상 몇명이라도 탈당하고 바람이 불면 도미노이론이 어떤 조화를 부릴지 알수 없다. 이중재씨등 수권위파 11영은 4월2일 탈당문제를 밝히는 모임을가질 예정이며 김영삼씨는 1일 자파영입대상자들을 오찬에 초청해놓고 있다. 또 김대중씨는 자택 서재로 자파영입대상을 한명씩 불러 독대를 개시했다.
조 민한당총재가 당선자의 이탈만류에 앞서 곧 두김씨를 방문, 통합에 대한 솔직한 김경을 밝히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런 배경을 알기 때문이다. 조씨는 『예우만 갖춰주면 가급적 빨리 통합을 추진하겠다』 는 뜻을 전하겠다고 했으나 『통합시기는 개헌· 대통령후보결정등 구체적 이슈가 있을때가 좋다』 는 말도 해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말하자면 조총재는 어떻게하면분해되기전에 통합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두김씨와 협상할수 있느냐에 몰두해 있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씨는 현재까지는 단호하다. 민한당 전당대회 하루전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신민당사 방문, 『신민당은 과거에 무엇을 했든간에 민한·국민당에 문호를 개방해 민주화대열에 서겠다는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 말한바 있다.
두김씨는 야당통합을 정부· 여당에 대한 일격이라고 생각하고있으며 다당제는 그들의 민주화추진에 반대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민한당의 명운은 민한당외 독자적인 체제정비와 관계없이 의외로 빨리 판가름날 가능성이 있으며 민한당은 국민당과 더불어 양당제의 그늘에서 외로운 항로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한당은 존속하는한 신민당 못지않게 선명·강경노선을 지향할것으로 보인다.
조총재가 자신의 민한당체제를「과도체제」 라고 부르는 의미가무엇을 뜻하는지 많은 민한당관계자들은 내심 다 알고있으며 그래서 조총재의 등장은 문제의 해결도 되고 시작도 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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