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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씨 총재불출마선언…새국면돌입|야권통합싸고 표류하는 민한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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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전당대회에서는 당권경쟁을 하지말고 통합수권대표만을 뽑아 통합부터 서두르라는 신민당측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민한당의 범주류가 유치송씨를 총재에 재추대해 먼저 당체제정비에 나서기로했으나 유씨자신이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신민·민한당의 통합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두 김씨는 총선직후부터 일관된 논리로 조속한 야당통합을 역설해왔다.
야당통합은 민한당후보 모두가 총선때 공약한 사항이고 승리한 신민당중심으로 이루어져야하며 시간을 끌면 어려워질테니 12대국회 개원전에 해치우라는것이다.
두 김씨와 신민당측은 이같은 「지침」이 민한당내에 대세가 되는쪽으로 「바람」을 넣어왔다.
야권이 신민당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이른바 민주화투쟁의 강화라는 측면과 정부·여당이 관심을 기울이는 다당제가 허물어진다는 측면이 있기때문에 정치적인 의미가 크다.
또 원내전략면에서도 현재 71석인 신민당이 통합으로 의석의3분의1 (92석)이상을 차지한다는것은 큰 변화를 수반한다.
3분의1이면 언제든지 국회를 단독소집요구할 수 있고, 국회에서 개헌을 저지할 수 있고, 국무위원 해임안도 독자적으로 제출할수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상도·동교동 두 계파는 별로 마찰없이 각기 연줄이 닿는 민한당당선자와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선수권위구성 주장이 세력화하는데 측면지원을 해왔다.
이중재씨를 선봉장으로하는 양김씨안지지파에는 박일 이진연 이용희 이재근 유준상 김봉욱 김정길 심완구장기욱 김성직 (이상 원내11명) 신상우 김창환 강보성 김병오 손세일 한광옥 이형배 고병현 고영보 강원채 김진배 김진기 신경직 김필기 김재현 (이상원외15명)씨등 26명의 지구당위원장이 가담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전당대회에서 당헌개정을 통해 △금년7월까지 통합을 실현할 통합추진수권위를 구성하며 △수권위원장이 당무를 관장하고 △7명의 수권위원을 둔다는 것이다.
금년 7월까지로 시한을 박은것은 신민당전당 대회때까지 기다릴수 있다는 뜻아지만 이 안이 채택될 경우 12대국회개원을 전후해서 통합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암시하고있다.
이들은 당권경쟁을 공언한 조윤형·한영수씨에게 동조를 구하고 있는데 특히 조씨에게는 통합수권위원장 자리보장을 제의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범주류가 유치송씨를 앞세워 당권장악및 민한당의 존속을 관철할 경우 집단탈당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내비치고있으며 그때의 상황을 두 김씨 진영과도 상당히 논의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한당당선자와 지구당위원장의 사정을 뜯어보면 선뜻 두김씨의 처방과 권유에 따를수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유치송씨를 총재로 재추대하는 범주류의 기반은 김씨들에게서 지구당위원장보장등 금후의 문제를 해결할수 없고 민한당의 소멸이 자신들의 정치기반이 허물어지는 것과 직결된다는 정치환경에 있다.
또 이들의 심리저변에는 두김씨의 영향력과 바람이 항속할것인지 아니면 회오리로 그칠것인지 알수없다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들은 우선 원외나 당력이 얕은 해금입당자들 보다는 4년간 당을 이끌어온 유치송씨가 구심점이 되어주기를 바라고있으며 통합은 시간을 갖고 시국의 추이를 봐가면서 결정하되 가급적 실리를 살리는 합당을하자는 입장이다.
28일밤 유씨의 추대를 결정한 C호텔 모임에는 황낙주 박해충 류한열 황병우 조종익 이건일 서종렬 김일윤 정재원 신재휴 손태곤 송현섭 정상구 최운지 신동준 (이상 원내15명) 박찬 오경의 김필기 유재희 박용귀 유용근 오상현 김영준 김진기 오성섭 이의영 이용곤 지정도 장덕환 조병환 이갑영 이홍배 신동균 유인범 이기한 이철희 홍성표 (이상 원외22명)씨등 37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들의 결의에도 불구, 유씨는 28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론인 당과 당으로서의 합당을위해 자기가 당내중재역을 맡을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의 이같은 결심은 자기의 재출마가 몰고올지도 모를 거센 반발을 피하면서 범주류의 이해관계는 보장하는 방형으로 국면을 몰아가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선수권위구성과는 당헌개정을 먼저 발의, 통과시킴으로써 당권경선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수권위원장을 투표로 뽑자는 작전이다.
반면 범주류는 총재선출과 통합수권위구성을 별개로 다루자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유씨의 불출마선언으로 범주류는 다시 입장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들의 향방이 곧 전당대회양상과 직결될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측은 당일의 전당대회를 의도대로 끌고가기위한 「외풍주입작전」을 벌일 작정이다.
설사 일부 위원장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때문에 민한당존속을 지지할지라도 민한당에 대한 국민여론과 평가를 알고있는 대의원들이 순순히 동조하겠는가에 적지않은 기대를 걸고있다.
김대중씨는 최근 자신을 방문한 민한당당선자들에게 『통합이 지지부진하면 어떤 형태로든 민한당의 원내교섭단체 (20석)가 되지않도록 하겠다』고 통합에대한 단호한 결의를 천명했다.
김영삼씨 역시 『개원때까지 통합되지 않으면 야권통합의 시대적 요청을 달성하기위해 민한당당선자 다수를빼오는데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공언했다.
두 김씨가 민한당전당대회 하루전인 28일 민한당사와 지척에있는 여의도의 신민당사를 방문하는것도 신민당에 야당정통성의 무게를 더해주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두 김씨측은 민한당이 존속하는 방향으로 민한당전당대회가 끝나면 즉각 15∼16명의 당선자를 빼올수 있다고 장담한다.
두 김씨가 이토록 야당통합에만은 이견없이 인식과 전략을 같이 하는것은 민한당의 존속을 자신들과 제5공화국 정국주도방식과의 대결이란 시각에서 보기때문이다.
두 김씨에게 있어서는 민한당전당대회가 야권결속에 발휘되고있는 그들의 권위와 영향력의 테스트케이스라고도 볼수있다.
때문에 통합을 둘러싼 민한당전당대회는 두 김씨의 힘과 민한당의 자생력, 다당제의 운명등을 테스트하는 다목적 정치행사가 될것이며 여기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피고는 두 김씨 재등장이후의 정치판세를 읽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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