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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사람 만나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국내외 형편이 보다 더 안정과 발전을 위해 진통하는것인지, 아니면 더 혼란을 몰고오려는지 몰라도 한사람의 정치인에게는 많은 어려움을느끼게 하고 있어요. 이 나이에 국회를 맡아 무슨 처방이 있을까를 생각중이나 실감이 안나. 선출때까지 20여일이 남았으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지….』
국회의장으로 내정됐다는 발표가 마동동 당사에서 있은바로 그시간 운경 (이재영상임고문의 아호) 은 사확동자택에서 침을 맞고 있었다.
의장으로 내정된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운경은 『내가일찌기 시험치러간 일도 없고합격여부에 대한 사전연락을 받은 바도 없는데 기웃거릴필요가 있느냐』 며 『그러니 무슨 소감이 있겠느냐』 고 대답.
그는 『명색이 당상임고문인내가 신문기자를 통해 당의일을 알아야 되니 어떻게 된것이냐』 고 반문하고는 계속걸려오는 축하전화에도 『감회를 느끼기에는 너무 늙었어』라고 간략하게 끊었다.
『지금 심정은 납 보다도 훨씬 무거운 침묵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고 한 운경은『10여년전 골동품값이 올라가니 마루밑 멧돌까지 찾아내는 법석을 떨었는데 4천만 인구에 이 늙은이가 등장해야 하는 이유가 뭐인지』하고 자문자답식의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심명보대변인의 전화를 중간에 받은 운경은 『발표이전에 양해를 받고 발표하지 그랬어』 라며 『요새는 당과 나사이에는 신문·라디오·TV를 통해 의사소통이 되고 있더군』 이라고 당에 대해 서운한 뜻을 거듭 비쳤다.
상오9시35분쯤 노태우대표위원의 전화연락을 받고난후 운경은 다시 기자들에게 『4·19때 국회시국수습대책위원장과 부의장을 맡았는데 25년이 지났으니 내가 지진아비슷하게 발육이 늦었나봐』『다른 사람은 부의장하고 바로의장하는데…』 『하기는 노자는 어머니 뱃속에서 7O년이나 있다가 태어났다는 다른예도 있기는 하지』 라고 함축성있는 몇마디 말을 계속이었다.
그는 기자들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에 대해 『내가 입학생인가. 뒷구멍으로 합격한 사실을 알고 좋아하는 소감을말해야 되겠소』 라고 거듭 사양했지만 『이제 바야흐로 시엔트문화권으로 진입하는군』이라고 자신의 구한옥을 떠나 여의도의사당으로 가게된사실을 이런 말로 표현.
12대 국희가 정치신인들이많았던 11대 국회보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 줄것이라고 지적한 그는 『정치인들은지금 정국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11대 국회가 민정당으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울만한 국회가 되지 못했어요. 그 책임이 여당에도 있지만 안일을 추구한 야당에 더 있다고 봅니다. 결국 11대 국회가 단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결코 자랑할만한 국회가 아니었어요』
제헌의원에서 시작한 7선의 최다선의원인 운경은 3O대에 상공장관, 40대에 국회부의장을 거쳐 이제 7O대에 입법부의 정상에 올랐다.
오랜 야당생활을 해온 탓으로 구정치인들이 대거 진출한 12대 국회에서는 그누구보다도 야당인사들과의 안면이 넓다.
운경은 화제가 2·12총선에 미치자 『선거가 언제 있었나. 난강판만 있었지』 라고혹평하고는 『폭력이 없어 조용한 선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지만 정국을 주도하는 여당으로서는 부끄러운일』 이라고 했다.
애주가이며 젊었을 때엔 사냥을 무척 즐겼고 구력25년이 넘는 골프는 싱글에 가까울 정도이지만 요즘은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유갑경여사와의 사이에 4남4녀를 두었고 그아래 23명의 손자·손녀를 본 다복한가장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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