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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자바자바 셔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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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규원(1941~ )'자바자바 셔츠' 부분

상가의 건물은 금강(金剛)의 영혼으로
여자들의 어깨를 짚고
여자들은 우뚝 선 이씨 무릎 아래 엎디어

자아바, 쿵
(잡는다)
고올라, 쿵
짝짝
(골라잡는다)
고올라, 고올라
(잽싸게 고른다)
자바자바
(끌어당긴다)

여기는 서울의 난장이다



시장 좌판, 명령을 하는 상인의 무릎 아래 머리를 디밀고 상품을 사려고 정신이 팔려 있는 풍경이다. 물신(物神)과 선전 광고가 인간을 지배하는 현대 소비사회의 한 모습을 포착한 시인의 날카로운 눈이 기막히다.

문정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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