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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즈] 짜릿한 역전드라마 펼쳐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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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2국> ○·스웨 9단  ●·김동호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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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보(94~107)=좌상귀 95는 응수타진의 승부수. 침입 자체로 귀에서 사는 수단은 없다. 살지 못하더라도 투입한 돌을 사석으로 활용하고 백의 진영을 무너뜨릴 수 있으면 되는데 스웨의 응수는 단호하다. 96은 늦추는 수 같지만 외곽 포위망에 허점을 만들지 않고 침입하는 흑을 섬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97의 응수타진에 바깥쪽 98로 막아 일망타진의 목표에서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다.

99부터 106까지, 어떻게 해도 안에서 살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 김동호는 침울한 표정으로 좌상귀를 노려보다가 턱을 괸다. 이미 중앙의 악전고투로 많은 시간을 물처럼 흘려보내 곧 초읽기에 쫓길 상황이다. 흑A로 끊거나 흑B의 껴붙임이 급소 같지만 지금 당장은 맛만 그럴듯할 뿐 수가 나지 않는다. 아무런 활용도 없이 좌상귀 흑 일단이 고스란히 잡히면 김동호가 고대하던 역전드라마는 연출 없는 대본으로 폐기된다.

진땀 나는 고뇌 끝에 107이 떨어졌다.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술. ‘참고도’ 백1로 받아주면 흑2, 4를 선수하고 흑6으로 껴붙여 수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107이 예상에 없던 수였을까. 이번에는 스웨가 턱을 괸다. ‘참고도’의 주문을 받아주는 건 어쩐지 꺼림칙하다. 가장 강력한 응수는 백C인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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