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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윤중제’는 일본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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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여의도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인터넷에도 여의도 벚꽃 사진이 많이 올라와 있다. 대체적으로 ‘윤중로 벚꽃축제’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여의도는 원래 섬이라기보다는 큰 모래밭에 가까웠다. 1968년 섬을 두르는 강둑(7㎞) 공사가 완료됨으로써 지금의 여의도가 탄생했다. 강둑은 ‘윤중제’로, 강둑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는 ‘윤중로’로 명명됐다.

윤중로를 따라 심은 1600여 그루의 벚나무는 해마다 이맘때면 서울시민들에게 벚꽃의 향연을 베풀어 준다. 이 벚꽃잔치는 지명을 따 ‘윤중로 벚꽃축제’ ‘여의 윤중제 벚꽃잔치’ 등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여의도 강둑에 붙은 ‘윤중제’라는 이름은 애초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윤중제(輪中堤)’는 일본말인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의 한자 표기를 우리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와주테이’, 즉 ‘輪中堤’는 강섬을 둘러 쌓은 방죽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윤중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윤중’만 따로 떼어내 그 길을 ‘윤중로’라 명명했으니 참으로 어설픈 이름이다. 학교에도 ‘윤중’이라는 이름이 붙어 ‘윤중초등학교’ ‘윤중중학교’가 아직도 존재한다.

윤중제는 84년 서울시 공고에 의해 마포대교와 서울교를 축으로 서쪽은 여의서로, 동쪽은 여의동로로 이름 붙여졌다.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은 여의서로다. 그러나 아직도 옛 이름을 그대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언론에서도 ‘윤중제’ ‘윤중로’라는 말이 적잖게 나온다.

지금은 여의도 벚꽃축제의 공식 안내문에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영등포구 여의서로’라고 돼 있다. 바뀐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윤중로’ ‘윤중제’라는 말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여의도 봄꽃축제’나 ‘여의도 벚꽃잔치’라 해도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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