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선거를 치뤄야 하나, 치러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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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4·13 총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인터넷에는 선거일이 공휴일인지 묻는 질문이 적잖이 올라와 있다. 물론 국회의원 선거일은 임시공휴일이다. 학교며 관공서 등이 쉬는 날이다. 혹 나들이를 떠나려는 사람도 국민의 권리인 한 표를 행사한 뒤 가는 것이 좋겠다.

선거는 치루는 게 맞을까, 치르는 게 맞을까.

“선거를 치루다”고 쓰는 사람이 많지만 ‘치르다’고 해야 바르다. ‘치루다’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전에도 ‘치르다’로 고쳐 쓰라고 돼 있다. ‘치르다’는 ‘무슨 일을 겪어 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후보들은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뤄 나갈 것을 약속했다” “두 후보는 역대 가장 치열했던 선거전을 치뤘다” 등과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치러’ ‘치렀다’로 고쳐야 한다. ‘치뤄’ ‘치뤘다’로 활용해 쓰려면 기본형이 ‘치루다’가 돼야 하나 ‘치르다’가 바른말이다.

‘치르다’의 어간 ‘치르-’에 어미 ‘-어’가 붙으면 ‘ㅡ’가 탈락해 ‘치르+어→치러’ ‘치르+었+다→치렀다’가 된다. ‘치루다’가 기본형인 줄 알고 ‘치뤄’ ‘치루니’ ‘치루고’ ‘치뤄서’ ‘치뤘다’ 등처럼 활용하지만 ‘치르다’가 기본형이므로 ‘치러’ ‘치르니’ ‘치르고’ ‘치러서’ ‘치렀다’와 같이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치러지는 선거는 어느 때보다 박빙 지역이 많다” “미리 치러진 사전선거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등처럼 쓰면 된다. ‘치르다’는 주어야 할 돈을 내주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내일까지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한다” “경험 부족으로 많은 대가를 치렀다” 등과 같은 경우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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