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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 된 "국민당 드라머"|정계신풍에 체질개선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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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라는 명분을 내세워 총재경선을 않고 집단지도체제로 나가려 했던 국민당 지도부의 사전 담합은 당운영에의 참여를 요구하는 다수대의원의 주장에 눌려 결국 경쟁을 통해 이만섭씨를 새 총재로 선출했다.
한때의 소란도 있었지만 정정당당한 표대결을 함으로써 국민당은 그들이 그렇게도 필요성을 강조하던 당내민주주의를 형성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오히려 결속을 다질 수 있게 됐다.
○…다수의 당지도부와 이만섭·최치환씨 측은 당초 「정치적 타결」이란 편법이 양해될 것으로 믿었다.
두 후보가 각각 6백29명, 3백20명의 대의원추천을 확보, 총 1천50명 대의원을 대표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대의원들은 누구의 지지여하를 떠나 지도부의 「방자」한 결정을 단호히 거부했고 진정한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했다. 결과적으로 해피엔드가 되어 지도부·대의원 모두 「기적」 「드라머」등으로 놀라와하며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는 분위기로 끝났다.
국민당 전당대회의 이같은 결과는 몇사람이 담합, 그 결정을 대중에 통고하는 것으로 끝나는 식의 정치패턴은 이제 탈바꿈하는 시기에 있으며 종식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난투극까지 벌인 끝에 총재경선을 하고 최치환후보의 2차투표 포기 및 이만섭후보에 대한 축하인사로 유종의 미를 거두자 당원들은 한결같이 『양진영의 합의파기 등으로 걱정됐었는데 오히려 계획대로 안된 게 다행스럽다』며 『기적같은 일』 『한편의 드라머』라고 자참
대의원들의 기세에 밀려 경선이 불가피해지자 양측 참모들은 서로 『속았다』고 상대방을 비난해 한때 긴장이 고조됐으며 최후보측이 4백56대 2백46의 개표결과에도 2차투표를 강행하려는 듯하자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이봉모의원이 나서 최후보를 비롯한 신형직·김영광씨 등 그의 참모들에게 『1백표이상 차가 나면 같은 후보를 두고 같은 사람들이 투표하는 마당에 재탕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자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해피엔딩이 된 것.
이날 투표에는 두 후보를 추천한 대의원수보다도 2백39명이나 적게 참석, 낮은 참여율을 보였는데 1차투표가 끝날 때는 1백여명 이상이 대회장을 빠져나가 2차투표가 강행됐으면 재적대의원 과반수도 못되는 인원만 투표하는 상황이 빚어질 뻔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파란이 일기 시작한 것은 개회 30분후 쯤부터.
신철균사무총장의 당무보고가 끝나자마자 총선때 자금지원을 해달라고 당사를 점거했던 경인호위원장(도봉)이 「긴급동의」를 외치며 뛰쳐나와 『전국구헌금 배분문제부터 해명하라』고 요구.
순간 장내 곳곳에서 『옳소』라고 맞장구가 터져 나왔고 분위기가 술렁이자 최용안씨(남원-임실당선자)가 등단, 『나도 선거때 돈을 못 받은 사람이지만 이제 지난 일보다는 앞날을 생각하자』고 무마를 시도. 그러나 뒤이어 정영섭씨(동작)가 나와 『흑막은 밝혀야 한다』고 물고 늘어져 장내는 계속 소란했다.
긴급동의를 달라는 아우성이 간간이 들리는 가운데 회의는 진행되어 최재구씨가 새 전당대회의장에 뽑혔다.
최씨는 회의진행순서에 따라 당헌개정안을 상정했다. 조병봉씨가 『당내민주주의를 위해 재적의원 2백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를 경선을 통해 총재로 선출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라며 「안락사」가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위안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회 하루전 이만섭·최치환씨 양측에 의해 합의한 집단지도체제의 수정안을 김용채씨가 긴급 동의하자 분위기는 삽시간에 돌변.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라는 김씨의 설명이 있자 근처에서 『내려오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최의장이 발언신청을 묵살하고 동의를 성립시키려하자 3, 4명의 대의원이 단상에 뛰어올랐다.
이들이 마이크를 뺏으려 하자 양측에서 1백여명이 단상에 올라 밀고 당기는 육탄전을 벌였고 최전당대회의장은 정회를 선포.
10분간의 정회후 최의장은 일단 당헌개정안에 대한 대의원들의 발언을 허용하겠다며 회의를 속개. 이영근씨(부산남-해운대)는 『조그만 정당에서 집단지도체제가 무슨 소리냐. 표대결에 지고 당을 떠나겠다는 사람은 떠나게 하자』며 자유경선론을 주장.
『옳소』라는 소리가 함성으로 변하자 이·최씨측은 당황하기 시작. 이윽고 대세를 읽은 조병규전당대회준비위원장이 양측의 합의에 반기를 들었다. 『준비위가 만든 민주적 당헌이 하루밤새 바뀌었다』며 원안고수를 선언하자 박수가 장내를 뒤덮었다. 이어 노단태·김완태의원이 수정안을 몇사람간의 야합이라며 철회할 것을 요구.
최의장이 김용채씨에게 『철회요구를 받아들이겠느냐』고 하자 김씨는 『양측이 합의한 것을 나혼자 어떻게 철회하느냐』며 난색을 표명. 이틈을 타 최씨를 미는 김완태씨가 『이씨측이 협상안을 외부에 발표하지 않기로 묵계했고 후보등록도 않기로 했는데 다 깨버렸다』고 이씨측을 비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최의장은 두번째 정회를 선포했고 양측은 50분간의 막후절충 끝에 경선에 응하기로 합의. 그러나 갑작스런 계획변경으로 사무처가 투표절차를 준비하느라 2시간을 허비.
○…투표를 위한 회의가 속개된 것은 하오 2시20분쯤. 양측은 각 1명씩이 10분간의 추대연설을 하기로 합의.
먼저 최후보의 찬조연설에 나선 김완태씨는 『사람이나 조직은 방향감각을 상실하면 비참해진다는 것을 총선과정을 통해 똑똑히 보았으니 국민당도 사람을 바꿔 바깥에 불고있는 바람에 대응하자』고 주장.
이어 이후보의 찬조연사인 최용안씨는 『선거때 돈을 못 받았다고 해서 작은 불만으로 당의 얼굴을 잘못 뽑을 수는 없으며 총선패배와 정치자금물의는 당전체가 책임져야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고 이후보를 옹호.
먼저 정견을 발표한 이후보는 『전국구헌금을 36개 지구에만 중점 지원한 것은 잘못했다』고 시인하고 『그러나 대상선정은 김종철전총재와 상의해서 했고 나는 단돈10원도 구경하지 못했다』고 해명.
이어 등단한 최후보는 『국민당이 3중대란 이미지를 씻기 위해서도 4년간 뛴 사람은 쉬고 새 사람이 나와 당풍을 쇄신해야 한다』며 『이후보는 지난 4년간 수고도 했으나 총선과정을 통해 당내의 많은 사람을 울렸다』고 비난.
하오 3시40분부터 투표에 들어가 5시40분에 1천50명의 대의원 중 7백10명이 1차 투표를 끝냈다.
이후보에 비해 2백10표가 모자란 최후보는 『나는 깨끗한 패자로 깨끗한 승자인 이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충실한 당원이 되겠다』고 선언.
두 후보는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 단상에 올라 포옹했으며 이총재는 20여 차례의 박수를 받으며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고 신명을 바쳐 국민당이 선명야당이 되게 하겠다』고 다짐.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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