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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 "아시아 3류 수준"|월드컵 예선서 일본에 1-0패…1무1패로 1차 통과 절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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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동경=신성순 특파원】『힘과 스피드는 뛰어나지만 전술이 단조롭고 문전처리가 미숙하다』.
2l일 동경 국립경기장에서 수중전으로 벌어진 월드컵 축구 아시아 예선 4조 B그룹 일본-북한과의 경기를 지켜본 김정남(김정남) 한국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북한 축구가 3년 전보다 두드러지게 약화됐다』고 진단했으나 『축구는 가변성이 심한 경기이므로 일본과의 대전을 지켜본 것만으로 북한의 전력을 자신 있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준결승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심판 폭행 등 추태를 연출,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2년간 국제대회 출전자격을 박탈당했던 북한은 그 후유증으로 침체에 빠져있는 것 같다.
북한은 이날의 패배로 1무1패를 기록, 1차 예선통과는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78년 아시안게임 때만해도 한국과 공동 우승했던 북한은 7년이 지난 이제 중동에 뒤지는 것은 물론 일본에도 꺾여 아시아 3류로 밀려난 느낌이다.
북한은 그 동안 대폭적인 세대교체를 단행, 82년 당시 주전 중 김종훈·김종만·강영일·김광호 등 4명만 남기고 나머지 13명은 새얼굴로 바꾸었으나 두드러진 선수는 없었다. 북한 팀의 평균 신장은1백75㎝, 평균 연령은 25·11세로 한국월드컵대표팀과 비슷한 수준.
이날 경기에서 북한은 전통적으로 즐겨 쓰는 4-3-3 진형을 구사, 힘과 기동력으로 중앙돌파를 자주 시도했다.
슈팅에서 13-9, 코너킥에서도 6-4로 앞섰으나 특출한 스트라이커가 없었고 특히 한국과 같이 고질적인 문전처리 미숙으로 답답한 플레이를 펼쳤다.
일본은 골키퍼 [마쓰이·기요다까]가 선방했으며 전반 20분 [하라· 히로미]가 터뜨린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북한과의 통산 4차례 대결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일본은 앞으로 싱가포르·북한과의 2차 전에서 1승만 거두면 1차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과 평양을 왕래하는 남북 축구의 대결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됐다.
또 FIFA 감독관으로 이 대전을 지켜본 오완건(오완건) 전 축구협회 부회장도『북한 팀은 세기가 부족했으며 특히 수중전에 약한 것 같았다. 선수들간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았는데 이는 2년간의 국제 무대 고립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조총련계 학생 1만5천여 명이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집결, 광적인 응원을 펼쳤으나 북한의 패배로 끝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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