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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대화에선 손쉬운 문제부터|본격화될 여야접촉 어떤 문제가 다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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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이 19일 당6역 인선을 매듭, 진용을 갖춤으로써 여야대화가 곧 본격화할 전망이다.
21일 저녁 우선 상견례를 겸한 여야총무간의 회동이 이뤄지며, 이어 내주엔 공식총무회담이 열리고, 내달엔 대표회담도 열릴 것 같다.
이같은 일련의 여야대화에서는 우선 개원국회의 운영문제가 논의되고 야당이 제기한 여러 가지 현안들이 단계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여야간의 현안으로는 이민우신민당총재가 요구한 5개항, 즉 ▲선거부정의 책임문제 ▲양심수등의 석방 ▲양김씨에 대한 연금등의 해제 ▲언론자유보장 ▲공작정치의 중단 등이 있고, 이밖에도 ▲김대중씨를 비롯한 미복권야당인사들의 사면·복권문제 ▲개혁입법의 개폐문제 ▲개헌문제 ▲광주사태등이 있다.
이런 현안중 양김씨 연금문제는 벌써 해결됐고 석방문제도 민정당사학생사건 같은 것은 멀지 않아 해결될 전망이다.
대화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를 보면 민정당의 경우 우선은 총무들간에 개원국회운영일정과 같은 「부드러운」 사안부터 얘기를 풀어나간다는 계산이지만, 신민당으로서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몰고 가지는 않되 몇가지 사항은 짚고 넘어간다는 생각인 듯 하다.
신민당은 우선 개원이전에 ▲김대중씨의 사면·복권문제 ▲12대총선거의 부정조사 및 인책 ▲구속학생석방의 3개항을 선결조건으로 들고나올 심산이다.
지난 총선거에서 제1야당으로 부상한 신민당은 기세상 이런 정도의 정치공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당내의 보편적인 공기다.
신민당의 입장에서는 아직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각종 개혁입법의 개폐나 스스로 「핵무기」로 규정, 거론을 조심하고 있는 광주사태와 개혜문제는 뒤로 돌리고 3개항의 정치공세로부터 스타트, 정국의 기선을 제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민당은 총무·총장간 접촉은 물론, 대표회동에도 응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여당의 대응자세가 신통치 않을 경우 「3자회담」이나 정치일정의 제시를 요구하고 나올 심산도 비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정당은 그간 핵심당직자간, 또는 정부요로와 당간부들간의 잦은 회동을 통해 당의 입장을 내막적으로 확고하게 정리해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문제를 원내로 끌어들여 탄력적으로 대응하되, 야당의 현대통령임기내 개혜요구는 불용한다」는 것이 민정당의 배수선.
민정당은 우선 27일의 전당대회에서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당해·당규에 명시, 평화적 정권교체 의지를 확고하게 재천명 함으로써 야당의 개헌논의에 대용한다는 속셈이다.
민정당은 이 과정에서 개헌문제를 놓고 심각한 토의를 거듭했고 한때 대통령선거법의 일부개정 가능성도 대야카드에 포함시켜 검토했으나 「개헌은 절대 협상 못한다」는 쪽으로 당논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은 물론, 대통령선거법 문제까지도 말도 못 붙이게 하는 최근의 당내분위기로 미루어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는 시종 평행선을 달리거나 가장 늦은 순서로 끄집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은 노태우대표위원과 양김씨의 회동, 또는 신민당이 요구하는 「3자회담」 가능성도 당분간 배제시키고 있다.
사면·복권문제도 대화에서 쉽게 풀릴 전망은 아니다.
민정당은 정국의 전개상황을 감안해 장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 나간다는 속셈이어서 가까운 시일안에 야당에 언질을 주거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선거부정조사·인책문제는 제기되더라도 논란하는 차원 이상의 실질적 결과는 가져오기 어렵다. 야당 측은 오히려 이 문제를 원내투쟁으로 연결시켜 앞으로 해임안 제기 등으로 나올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현안들을 이렇게 따져볼 때 여야간에 다소의 신축성이 있는 사안은 일부 개혁입법의 손질정도 뿐이다. 민정당은 이미 노태우대표의 지시로 총선거에서 나타난 14개항의 민장수렴을 과제물로 검토해 왔으며 이 가운데 ▲언기법 ▲노동법 ▲국회법 ▲사립학교법 등 일부개혁입법의 개정은 구체적인 검토가 이미 끝난 단계다.
이와 관련, 노대표가 최근 청와대에 들어가 여당이 보일 수 있는 탄력성의 한계를 정리하고 이 범위 안에서 당대표가 「재량권」을 행사하는 일련의 「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건으로 미루어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대화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의제는 상당히 폭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신민당이 이같은 현실상황을 당분간 인정하고 원의 구성에 동참, 일련의 개혁입법 개폐토론 및 최근의 외채·경기후퇴 등 민생문제에 시각을 돌릴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12대국회를 11대처럼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신민당 방침이며, 이에 따라 우선 국회 본회의의 상오개의·국정조사권발동 요건완화·발언시간 재조정 등 국회법 개정을 선결사항으로 밀고 나간다는 생각이다.
각종 현안에 대한 여야입장은 이처럼 서로 거리가 멀고 차이가 크다. 따라서 서로가 대화를 고창하면서도 실은 대화의 진전은 매우 어려우리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때문에 정가에서는 양측이 서로 마주서는 무대외에 베일로 가려진 막후의 별도무대를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서로 초장부터 해결불능의 문제를 갖고 첨예하게 맞붙기보다는 우선 손쉬운 문제는 공개대화로, 고혁입법 등 법률적인 문제는 원내에서, 그보다 더 예민한 문제는 막후에서 단계적으로 다루어 나간다는 접근방식은 여권안에서도 그 가능성이 상당히 점쳐지고 있다. <유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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