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쌍둥이 사망에 이란 등 애도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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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머리 분리 수술을 받았던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가 수술 직후 모두 숨지자 이란과 싱가포르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

BBC방송은 전날 이란 TV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싱가포르 래플스병원 현장 생중계로 라단.랄레 비자니(29) 자매의 사망 소식을 알리자 이란 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두 자매의 사연은 9일 오전 직장에 출근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화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고 방송은 전했다.

모하마드 알리 아브타히 이란 부통령은 "두 자매의 죽음은 수술 성공을 기원하던 이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오늘은 이란인에게 애도의 날"이라고 말했다.

셀라판 라마 나단 싱가포르 대통령도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그들은 분리수술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굴의 정신과 낙관적인 의지, 발랄함으로 도전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9일자 사설에서 "첨단 의학기술과 의사들의 노력도 자연의 기현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면서도 "이번 수술은 의학 발전에 새 장을 연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실패할 확률이 높은 수술을 강행한 데 대해 의학 윤리상 논란도 일고 있다. 의사이며 두 자매를 키운 양아버지인 알리레자 사파이안은 "싱가포르 의사들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딸들을 데려가 결국 죽였다"며 분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두 자매의 수술이 위험했던 것은 뇌.심장.간 등 주요 장기를 공유하는 샴쌍둥이에 대한 분리 수술 자체가 극히 어려운 데다 성인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첫 사례이기 때문.

특히 머리가 붙어 있는 비자니 자매의 경우 뇌혈관을 공유하고 있어 수술 도중에 뇌 혈액공급이 중단돼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호주의 의학윤리학자인 닉 톤티 필리피니는 "환자의 동의가 수술의 충분한 근거가 되진 못한다. 수술과정 자체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아버지조차도 "신이 두 사람이 독립된 개인으로 나머지 삶을 살길 원하신다면 기꺼이 수술하겠다"는 유언을 남긴 비자니 자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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