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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여유와 미소, 드보르자크 ‘유모레스크’

중앙일보

입력

뉴욕 국립음악원장으로 초빙된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1892년부터 3년동안 고향 체코를 떠나 미국에서 생활합니다.

이 시절 미국 민요와 흑인영가 등에서 그가 채집한 멜로디들은 그의 여러 작품에 등장합니다.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현악 4중주 ‘아메리카’가 대표적입니다.

1894년 여름 드보르자크는 가족과 함께 보헤미아의 프르지브람에서 휴가를 보냅니다. 거기서 그는 기존에 채집한 멜로디를 활용해 새로운 피아노곡을 작곡했습니다.

출판업자인 짐로크에게 보내기 직전, 드보르자크는 8곡의 피아노 소품에 ‘유모레스크’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유모레스크’란 19세기 기악곡 중 유머가 있는 약간 변덕스런 기분을 가진 곡을 말합니다. 가볍게 약동하는 리듬에서 시작해 노래와 같이 부드러운 선율로 이어지다가 다시 처음의 선율이 나오며 끝을 맺습니다.

여덟 곡 가운데 7번째 유모레스크는 드보르자크 당대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수많은 악기로 편곡돼 연주됐습니다. ‘드보르자크의 유모레스크’하면 이 Op.101의 7번을 말합니다. 빌헬미, 크라이슬러, 하이페츠가 편곡한 바이올린 연주가 특히 사랑받습니다.

프리츠 크라이슬러의 연주를 들으면 아이를 안심시키는 지혜로운 어른, 사랑하는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가 생각납니다. 솜사탕 같은 음색이 긴장을 풀어줍니다. 바이올린이 노래하며 마음을 달래줍니다.

가끔은 이 연주처럼 여유롭게 미소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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