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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새누리 9000원, 더민주 1만원…노사정 협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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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이 가장 공들이는 공약이 고용노동 분야다. 일자리와 임금, 복지 혜택, 해고 같은 사안이다. 먹고사는 데 빠질 수 없는 내용이어서 유권자를 포섭하는 데 이보다 효과적인 게 없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과 격차 해소, 청년 일자리 확충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총선 고용노동 공약 비교해보니
최저임금 협상과 선거기간 겹쳐
국민의당 6320원…여당보다 적어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은 입장차 커
노동5법 입법 vs 3~5% 강제 채용

최저임금 문제는 총선 기간 동안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정 간 협상(7일)이 선거운동 기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시간당 8000~9000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시급 1만원을 제시했다. 지금(시급 6030원)보다 50% 가까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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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건 국민의당 공약이다. 국민의당은 “근로자 평균소득의 50%까지 인상하겠다”고 했다. 2014년 국세청의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한 근로자 평균소득은 3170만원이다. 이 소득의 절반이라면 1585만원이다. 시간당 6320원, 월 132만833원이다. 올해 최저임금보다 290원(4.8%) 오르는 데 그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득평균이란 그럴듯한 용어에만 매달려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내놓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여야의 해법이 확연하게 갈린다. 새누리당은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 시간 단축과 같은 광범위한 내용이 담긴 노동개혁 5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상보험법, 기간제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조속한 입법으로 일자리 수십만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은 생각이 다르다. 야당은 약속이나 한 듯 민간 기업 채용 인원의 3~5%를 청년으로 채우도록 강제하겠다고 했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여기에 여성과 고졸, 지방대, 저소득층과 같은 사람도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채용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 공약 자체가 폐기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나이와 성별, 학력에 따른 차별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게 한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야당은 300만~540만원의 청년취업활동비를 내걸었다. 더민주는 장년에게도 주겠다고 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기업이 면접시험을 본 청년에게 면접비를 주고, 고용노동부는 매년 표준면접비를 공시토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동욱 기획홍보본부장은 “면접비를 줄 여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은 인재 채용도 못하게 가로막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업체 근로자 간 격차 해소 방안에도 여야는 딴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임금 체계를 역할·직무·성과급으로 바꾸고 기간제법과 파견법 통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야당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부담금을 내도록 하고, 상시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얘기다. 야당은 여기에 더해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제를 시행하려면 근로자 과반수가 동의하도록 하거나 저성과자 해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약을 냈다. 입사한 뒤 보호막도 단단히 치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은 유일하게 노사관계와 관련된 공약을 대거 제시했다. 노조신고서를 반려하는 제도를 없애 불법단체로 판정받은 전교조와 같은 사례를 없애겠다고 했다. 부분적 직장폐쇄와 파업에 대한 손해가압류도 금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기업의 파업 대응 수단이 사라진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인기 영합적으로 공약들이 남발돼 정당별 정체성의 혼란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걸었던 영국 노동당이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노동자 2400만 명 감세 ▶계약직 제한과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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