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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정책 기본틀 "불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구대부분 나라들이 국가원수또는 수상을 「체르넨코」의 장례식에 보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레이건」 미대통령은 이번에도 직접 조문을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볼때 뉴스거리는 그가 가지않기로 결정한것보다는 『새벽 4시에「체르넨코」의 사망소식을 듣고 내가 직접가볼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레이건」대통령이 스스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브레즈네프」와 「안드로포프」가 사망했을때는 처음부터 그런 언급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체르넨코」장례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별로 성과가 없을것』 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조그만 에피소드는 「고르바초프」라는 새 소련지도자가 등장함으로써 전개될 미·소관계의 앞날에대해 워싱턴이 느끼고 있는 반신반의의 입장을 드러내 보이고있다.
지난 4년동안 악화일로만 치달아 온 미·소관계에 새로운돌파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무기력한 「노인집단」을 소련권력의 상층부에서 밀어낼 새세대의 지도자가 등장해야 된다는 생각은 소련을 위협적 존재로 보는 서방세계의 공통된 기대였다.
그와같은 새로운 전기가 이번에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레이건」대통령은 소련방문을 처음 고려했던것 같고 「맥팔레인」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이 이를 극력 권고한것 같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은 결국 「고르바초프」 가 나이로는 새세대이지만 정치적 성향은 적어도 단기간 안에는 구세대의 틀을 탈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이 미·소관계를 포함한 외교분야에서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련외교의 골자가 외교분야의 원로인 「그로미코」 외상에 의해 마련된 것이고 「고르바초프」도 이 과정에 가담했다는 사실로 뒷받침되고 있다.
장례식과 같은 엄숙한 의식에도 불구하고 제네바의 미·소 군축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것이 이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일반적인 미·소관계는 83년9월 KAL기격추사건때의 최악의상태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제네바 군축회담 말고도 통상관계, 비상통신망(하트라인)개량문제및 어로협상등이 평행해서 진행되고 있다. 「술츠」 국무장관은 최근 「그로미코」와 만나 중동문제도 협의했고 소련정치국원인 「시체르비츠키」는 33명의 고위사절단을 끌고 미국을 방문, 「레이건」대통령과 면담도 했다. 그러나 이처렴 대화의 채널이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레이건」행정부 아래서 대두된 미·소간의 상호불신관계는 그대로 남아있다. 70년대의 데탕트 무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주된 관심사는 국내 경제분야다.
구세대 지도자에 비해 현대적사고방식을 가진 그는 경제정책면에서 실용주의자라고 뉴욕타임즈지는 보고있다.
또 조지타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구스타프슨」박사는 「고르바초프」가 군비증가율을 억제해서 민간경제분야에 투자를 증가시킬구상을 하고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단 그의 정치적 입장이 강화되면 미국으로서는 오랜만에 강적을 만나게 될것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전망하고있다.
이신문은 이어 크렘린에 젊고정력적인 지도자가 들어섬으로써 외교면에서 성취할수 있는폭과함께 반격받을 폭도 넓어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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