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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포분열 거듭한 최대 기업군『AT&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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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국적기업의 세포분열은 매우 왕성하다.
전 세계의 시장을 무대로 끊임 없이 기업을 합병해 덩치를 불리고 곳곳에 자회사를 거느리며 가지를 쳐 나간다.
세계 대기업들의 이같은 생태속에서도 미국 전화전신회사(AT&T) 의 증식 분열 과정은 록히 괄목할만하다.
그 규모가 클뿐아니라 그보다도 AT&T의 성장·분할과정은 철저한 「기업정신」 과 공정한 「반독점의 논리」 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강 대표걱인 예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83년말까지 AT&T는세계 최대의 기업군읕 이루고 었었다.
통상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는 석유메이저인 엑슨이 꼽히지만 이는 제조업체 가운데서 골라낸 세졔 제1일뿐이다.

<22개지역 전화회사 7개회사로 통폐합>
이름 그대로 전화·전신회사인 AT&T는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되기때문에 엑슨등과는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수 없지만 전업종을 놓고 본다면 AT&T는 자산·순익면에서 단연 엑슨을 앞선다.
83년말 현재 AT&T의 총자산은 1전4백95억달러, 외형은 6백98억4천8백만달러,순익은 57억4천7백만달러에 이른다.
엑슨과 비교하면 비록 외형은 다소 뒤지지만 자산은 2.4배,순익은 약 1.5배가 되는 셈.
1885년에 창립된 이래 1백년간 쌓아온 AT&T의 이같은 거대한 부의 왕국은 일단 여기서 한 「왕조」를 끝낸다.
84년 1월1일부터 AT&T의 총자산은 하루전의 1천4백95억3천만달러에서 이의 4분의1이채 안되는 3백4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AT&T산하 미국내 22개지역 전화회사가 지역별 7개사로 통폐합되면서 완전히 AT&T와는 별개의 회사들로 분할됐기 때문이다.
종업원수만 해도 종전의 99만2천명이 하루아침에 37만3천명으로 줄어들었다.
AT&T의 종업원수가 99만명을 넘어섰을때 엑슨의 종업원수는 불과l7만명,GM의 종업원수는 65만7천명이었다.
AT&T는 지난 74년부터 미법무성이 제소한 반독점 기업분할 소송읕 치러오다가 지난 82년 스스로 기업을 분할키로 미정부와 합의, 84년1월1일부터 이를 실행한 것이다.
AT&T가 기존의 77%에 해당하는 자산, 63%에 해당하는 종업원올 분할시켰지만 그대신 만만찮은 댓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과거 AT&T는 미국내통신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누리는대신 사업영역은 통신분야에만 제한돼있었다. 컴퓨터·광섬유·반도체·사무자동화기기등의 첨단산업제품둘을 오래전부터 생산하고 있었지만 이는 자체 수요에만 충당할수 있었지 외부판매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84년의 기업분할을 계기로 AT&T는 업종외 제한이 풀린것은 물론 컴퓨터·반도체등 모든 비즈니스 시스템의 판매업무에 뛰어들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성장 잠재력의 원천은 바로 벨연구소 (Bell Laboratories) 다.
사실 세계의 기업들이 두려워하는것은 AT&T의 거대한 덩치가 아니라 AT&T가 독립된 자회사로 설립,운영하고있는 벨연구소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1925년 창립된 벨연구소의 연구실적은 실로 놀랄만하다.
벨 연구소는 창립이래 지금까지 평균 하루 한건꼴의 특허를 따냈다. 83년중에는 광파분야에서의 기술특허로 통산 2만번째의 특허를 기록했다.
특허뿐 아니라 벨연구소는 지금까지 4번의 노벨 물리학상울 따낸 7명의 물리학자를 배출했다.
통신분야의 혁명을 몰고왔던 트랜지스터도 1947년 3명의 벨연구소 박사들이 발명해낸 걸작품이다.

<자회사 벨연구소가 성장 잠재력의 원천>
지난77년에 16K램, 78년에는 64K램,81년에는 256K램의 생산에 들어갔던 벨연구소는 60년대초부터 광통신 시스템의 연구를 시작한후 지난 77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 시카고에서 광통신의 실용화에 성공했다.
또한 벨연구소가 실리콘 태양전지률 발명한것은 지난 1954년이며 1933년 콜럼비아대학연구팀과 함께 비타민 B1의추출에 세계최초로 성공한것도 벨연구소다.
1945년에는 미 국방성의 요청에따라 미국의 방공망구축에 한몫을 했고 1938년부터 축적하기 시작한 레이다 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2차대전을 미국의 승리로 이끄는데 큰 공헌올 하기도했다.
AT&T는 매년 그룹전체 연간외형의 3%정도를 벨 연구소에 투자한다.
말이 3% 정도지 그 큰 덩치의 3%이니만큼 벨연구소의 경비는 81년 16억3천만달러,82년20억2천4백만달러에 달했다.
82년 우리의 GNP 총규모가 6백59억8천7백만달러였으니 우리 GNP의 3% 이상읕 한햇동안의 연구개발비로 쏟아붓는 셈이다.
고급두뇌도 풍부하다. 81년말 현재 벨연구소의 전체직원 2만4천여명중 14%인 3천3백여명이박사,24%인 5천7백여명이 석사,17%인 4천여명이 학사학위소지자다.
이같은 잠재력을 바탕으로 AT&T는 84년초의 「대분할」과함께 전열을 정비, 새롭게 열린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거「독점성장」의체질올 바꿔 「경쟁체제」 로 들어섰다.
84년부터 새로 출범한 AT&T의 조직은 뉴욕의 AT&T분부 산하에 AT&T통신회사와 AT&T기술회사를 두고 다시 AT&T기술회사 산하에 벨연구소,AT&T인터내셔널등 5개 자회사를 포진시켰다.
AT&T 통신회사는 미국내 장거리 전화서비스를 전담하며 AT&T 기술회사 산하의 5개 자회사는 각각 연구개발·데이터통신서비스·전송 교환·주택과 사업소의 통신시스템서비스·해외사업등을 전담한다.
이같은 조직개편에 앞서 AT&T는 이미 83년부터 해외시장의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대분할」로 생기는 미국시장에서의 공백을 메우려하고있다.
이미 AT&T는 네덜란드의 필립스사와 합작으로 현지법인을 설립, 유럽지역의 전자제품시장을 겨냥하고있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사무기기 메이커 올리베티의 지분25%를 약 2억6천만달러에 사들이면서 적극적인 해외드라이브를 걸고있다.

<대분할타격 엄청나 시장점유율등 줄어>
아시아지역에도 눈을 돌린 AT&T는 대만과 디지틀 교환기 생산공장의 합작건설을 추진중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럭키금성그룹과 함께 전자교환기 생산에 들어갔으며 광통신시스템 설치에도 관여하고있다.
그러나 역시 「대분할」 이 가져온 타격은 AT&T로서도 쉽게 극복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84년들어 9월까지 AT&T는 단 10억달러의 순익읕 냈을 뿐이다.이는 84년 한햇동안 AT&T가 목표했던 순익 21억달러의 반도 안되는 규모다.
「대분할」직전인 83년말 57억5천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던 AT&T로서는 치욕적인 영업실적이 아닐수없다.
더구나 과거 AT&T의 독점아성이었던 장거리 전화서비스·통신기기 판매 시장등에서도 AT&T의 시장점유율은 나날이 깎여가고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최근 비즈니스위크지의 여론조사에 따르먼 AT&T의 분할에 대해 미국가정의 64%가「잘못된 일이다」25%가 「잘된 일이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전화 서비스가 AT&T에서 새로 분할된 회사로 넘어감에 따라 당장 전화요금이 다소 비싸지고 서비스가 소횰해졌다는 여론때문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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