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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변액보험 저금리 덕에 '이쁜 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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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유례 없는 초저금리 덕분에 ‘미운 오리새끼’ 신세를 벗어나게 된 보험상품이 있다. 한때 수익률 악화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변액보험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변액보험은 투자성과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지는 상품이다.

쥐꼬리 이자율에 실망한 고객들
투자 위험 감수하고 다시 눈돌려
보험사 경쟁으로 사업비도 인하
새로운 유형 상품 앞다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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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명보험 업계는 잇달아 새로운 유형의 변액보험 신상품을 내놨다. 교보생명이 1일 출시한 ‘교보하이브리드변액종신보험’은 원금 손실 우려를 줄인 게 특징이다. 펀드 운용실적이 나빠도 은퇴시점에 일반 종신보험으로 전환하면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를 보증해준다. 이에 비해 알리안츠생명이 같은 날 내놓은 ‘투자에강한변액연금보험’은 수익성 강화에 치중했다. 기존 상품과 달리 최저연금 적립금을 보증해주지 않는 대신 고위험·고수익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달 초 출시한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은 4주 만에 판매액 100억원을 넘었다. 일시납으로 가입한 뒤 수익률과 상관없이 일정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신상품이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변액보험에 들어온 초회(첫회) 보험료는 1조2110억원. 2014년 한해 실적보다 15% 증가했다. 2010년 2조4944억원에 달했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2013년과 2014년 1조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변액보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저금리에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최근의 저금리는 심각한 걱정거리다. 공시이율 상품을 팔았는데 약속한 이율만큼 운용수익을 내지 못하면 역마진이 나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이런 금리 걱정에서 자유롭다. 주가의 출렁임에 영향을 받지만 그로 인한 리스크는 보험사가 아닌 소비자가 감수한다.

고객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변액보험의 매력이 커졌다. 각 보험사는 저축성보험에 붙는 이율을 잇달아 낮췄다. 공시이율은 2%대 후반, 최저보증이율은 1%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쥐꼬리 이자율에 실망한 고객들이 투자위험을 알면서도 다시 변액보험에 눈을 돌리게 됐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간의 경쟁으로 전보다 변액보험의 사업비가 낮아지면서 소비자에게 좀더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 판매됐던 변액유니버셜보험의 사업비는 보험료의 20~25%에 달했다. 과도한 사업비 때문에 “10년을 부어도 원금을 못 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근 판매되는 변액보험의 사업비는 초기 7년간은 보험료의 10~13%, 이후 8~10년 기간은 5~10% 수준이다. 일부 온라인 전용상품은 초기 사업비가 3%로 매우 낮다.

변액보험은 오래 유지해야 하는 상품이다. 초기에 사업비를 뗀 뒤 나머지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보험상품과 마찬가지로 일찍 해지할수록 손해가 크다. 보통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수익률을 따질 때도 장기 수익률을 봐야한다. 생명보험협회의 비교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보험사별 변액보험 수익률을 비교해봤다.

공시된 각 보험사 펀드별 5년 수익률을 펀드 순자산액에 따라 가중평균해서 계산했다. 보험사별 변액보험 전체 펀드의 통합 수익률을 살펴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 결과 5년간 누적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푸르덴셜생명(16.5%)이었다. 그 뒤를 삼성생명(14.35%)과 교보생명(11.92%)이 이었다. IBK연금보험(9.62%), 한화생명(9.58%), 미래에셋생명(9.3%)도 상위권에 올랐다. 신흥국과 원자재 펀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부 보험사는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유 값 급락과 브라질·러시아 증시의 부진으로 관련 펀드의 5년 수익률이 -20~-4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단, 이 수익률은 사업비를 떼고 난 뒤 투자된 원금을 기준으로 계산됐다. 변액보험에 가입할 땐 수익률과 함께 보험사별 사업비도 따져볼 요소다.

변액보험=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펀드에 투자해서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나눠주는 보험상품. 한 상품에 가입하면 10~20개의 펀드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보통 연 12회 수수료 없이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 유형에 따라 변액종신, 변액CI(치명적질병),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셜보험으로 나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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