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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절반이 박빙, 깜깜이 판세 영호남까지 번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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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3호 3 면

D-10. 코앞에 다가온 총선은 아직도 안갯속이다. 새누리당이 외치는 ‘야당이 문제’, 더불어민주당의 ‘문제는 경제’, 국민의당의 ‘정치가 더 문제’는 선거판에서 압도적으로 먹혀들지 않는다.


전국 언론사가 현재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는 대략 전체 선거구(253개)의 절반인데 그중 절반 가까운 지역이 경합 지역이다.


1, 2위 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야권 단일화에 따라 박빙 지역으로 바뀐 선거구도 있다.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지역에서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치면 1위를 달리는 여당 후보보다 높은 곳이 서울에만 10곳이다.


여론조사만으로 4·13 총선 판세는 ‘수도권 시계 제로’에 텃밭인 영호남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흔들린다. 깜깜이 수도권 양상이 전국 선거판으로 확대돼 선거 국면 자체가 오리무중이다.


수도권의 표심이 막판까지 요동치는 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다 최근 확산 중인 야권연대 움직임으로 진폭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 지역구(253곳)의 4분의 1, 수도권 절반이 박빙 지역으로 집계된다. 수도권은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다.이 가운데 104곳이 다야(多野) 선거전이다. 막판까지 대혼전이다.

단일화된 야권 19대 때 수도권 압승초미의 관심은 초읽기에 몰린 야권연대다. 야권연대가 효과를 내려면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4일 전에 성사돼야 한다.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은 전국적으로 40곳 이상인데 부분 또는 완전 단일화가 이뤄진 지역도 10곳을 넘는다.


그렇다면 야권연대는 정말 20대 총선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야권연대가 없었던 18대 총선과 야권이 연대한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차이는 뚜렷하다. 단일화된 야권은 19대 총선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수도권 전체 112곳 중 민주통합당이 65석(58%), 통합진보당은 4석(3.6%)을 가져갔다. 새누리당은 43석(38.4%)에 그쳤다.

특히 서울에선 48석 중 야권이 32석, 새누리당은 절반인 16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전체 수도권 선거구 111곳 중 81석(72.9%)을 얻었고 통합민주당은 26석(23.4%)에 그쳤다.


야권연대는 지지층 결집도 끌어냈다. 19대 총선 투표율은 18대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지역별로 18대 총선은 서울·경기·인천 투표율이 42~45%였지만 19대 때는 51~55%로 높아졌다.


이번 총선은 ‘역대 최악’이란 여야 공천 난맥과 막장 싸움이 정치혐오증을 불러 총선 투표율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선거 혐오감은 높아지고 선거 관심도는 낮아졌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극도의 계파 갈등 속에 치러진 공천 탓에 대권 후보마저 상처를 입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 만한 유인이 사라졌다”며 “무당파의 투표 참여가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각 당은 유권자의 목표 의석 수 하향 조정에 들어갔다. 유권자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몸 낮추기다.


당초 야권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를 기대하며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선인 180석을 넘봤던 새누리당은 현상 유지 수준인 과반으로 기대치를 낮췄다. 더민주 역시 지난 총선에서 얻은 127석보다 3석 많은 130석을 장담했다가 현재는 “어려워졌다”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40석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내부에선 25석 내외를 내다본다. 물론 3당의 로키 전략엔 핵심 지지층을 패배 위기감으로 자극해 집토끼를 결집시키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


과거 선거 결과를 보면 혼전 지역을 여야가 나눠 갖기보다는 쏠림이 있었고 한쪽이 몰아서 차지하는 경향이었다. 이번에도 바람이 어디로 부느냐에 따라 여야 어느 한쪽이 대승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


바람이 부는 쪽은 정권심판론일까, 야당심판론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는 반반이다. 현재 구도라면 새누리당이 과반수,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면 여·야당 의석수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이 가장 많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유권자들은 새누리당이 150석 안팎, 더민주가 110석 안팎, 국민의당이 2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4·13 총선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의 정치 지형을 만들지만 차기 대선 주자들의 입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새누리당 몰표가 나오면 박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도 여당에 영향력을 유지할 힘을 갖는다. 그러나 다른 결과가 나오면 “박근혜 효과는 끝났다”는 평가와 함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정치적 행로도 선거 성적표에 영향을 받는다.


새누리당이 150~160석을 지켜 내면 총선을 지휘한 김 대표는 대권 보폭이 커진다. 김 대표는 김학용(안성)·김성태(서울 강서을)·권성동(강릉) 후보 등 자신과 가까운 지역구 후보 50여 명에게 공천장을 쥐여줬다. 이들이 낙선해도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아 대선후보 경선에선 김 대표를 도울 수 있다.


물론 김 대표는 공언했던 상향식 공천을 지켜내지 못했다. 또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와 대립하다가도 반드시 물러서는 ‘30시간 법칙’이란 무력한 이미지도 만들었다. 하지만 막판 ‘옥새 투쟁’으로 당내 비박계 리더의 위치를 지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친박계와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점이다. 총선 이후 다수를 점할 친박계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대표를 사생결단식으로 막아내려 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책임론과 공세로 김 대표는 대선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야권의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번 선거는 사활이 걸렸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총선에 패배하면 김종인 대표와 함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스스로 말했던 ‘세 번째 죽을 고비’다. 더민주가 내부적으로 120석 이상을 자신하면서도 공식적으론 현재 의석 수(102석)로 목표를 내려 잡는 것도 문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더민주가 120석 이상을 얻을 경우 문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엔 탄력이 붙는다. 게다가 문 전 대표는 공천 과정에서 친노를 친문으로 재편하면서 당내 입지를 두껍게 다졌다. 전체 의석수 못지않게 호남 지역의 승부도 그에겐 중요한 변수다. <4면 기사 참조>


총선 결과가 위상을 결정하는 또 다른 야권 대선 주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다. 안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서울 노원병)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접전 중이다. 패배하면 정계 은퇴로 내몰리는 짜릿한 승부다. 당선되더라도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실패하면 대선 주자로서의 동력을 잃는다. 안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더민주와의 통합은 물론 야권연대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총선에서 패배하면 야권 지지층으로부터 야권 분열의 책임을 추궁받는다. 그러나 반대로 안 대표가 당선되고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의석을 넘어 제3당으로 부상하면 안 대표는 대선 주자의 위상을 입증하게 된다.


유승민 측근 몇 명 살아남을지 미지수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당 무공천으로 유 의원이 생환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10명 가까운 측근 현역의원이 얼마나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 의원이 측근들까지 당선시키면 유력한 TK 대선 주자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측근들이 진박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낙선하면 대권 주자로서 유 의원의 날개는 꺾인다.


야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10명가량의 측근이 더민주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 당내에 도와줄 만한 세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더민주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크게 패하거나 야권분열로 수도권 패배가 현실화되면 박 시장에겐 상황의 반전이 생길 수 있다. 선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주목도가 높은 서울 종로에서 승리하면 현실 정치를 떠난 지 5년 만에 대선 레이스에 바로 복귀한다. 대구 수성갑에서 맞붙은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도 총선 승패에 따라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이 결정된다. 오세훈 전 시장, 김문수 전 지사는 친박계로부터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최상연 논설위원, 이철재 기자?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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