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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살아있네…10억짜리 59㎡가 53대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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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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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 마련된 래미안블레스티지 모델하우스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분양가가 10억원 정도인 서울 강남권 59㎡(전용면적) 아파트가 5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1순위 청약접수에서 마감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다.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이날 전용 59~126㎡형 317가구 모집에 1만여 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평균 33.6대 1이었다.

개포 2단지 재건축, 평균 33.6대 1
새 아파트 적고 금리 부담도 줄어
작년이후 강남 재건축 대박 행진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권 중심지가 아니고 분양가가 만만치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은 가운데 서울 강남권 재건축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싼 분양가에도 주택 수요자가 몰리며 청약경쟁이 치열하다. 분양시장 덕에 주변 기존 주택 거래가 늘고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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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분양 때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주택담보대출 강화를 앞두고 주택시장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올해 들어서도 분양가 상승과 청약경쟁률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3.3㎡당 평균 376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꽤 비싸다. 개포동 일대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낡은 아파트를 제외한 단지의 평균 시세가 3.3㎡당 3000만원 선이다.

앞서 지난 1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최고 분양가(3.3㎡당 평균 4290만원)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도 ‘히트’를 쳤다. 1순위 평균 3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고 일주일만에 100% 계약됐다. 고가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새 아파트 희소가치 때문이다. 1970~80년대 대거 들어선 강남권 아파트는 노후화된 데 비해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다. 택지 여유가 없고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지 않았다. 이번 개포2단지도 재건축을 시작한 지 10여년 만에 분양에 들어갔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강남권 낡은 아파트에서 새 집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누적돼 있다”며 “이들은 경제력이 충분해 분양가 저항감이 덜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대출이자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이고, 새누리당에선 금리인하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양적완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상승은 많은 자금이 필요한 강남권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된다”며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강남권을 압박해온 악재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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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분양시장 열기는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개포주공2단지 인근 단지의 시세가 최근 일주일새 6000만원까지 올랐다. 개포시영 전용 28㎡형이 5억3000만원에서 5억8000만~5억9000만원으로, 전용 40㎡형은 6억3000만~6억4000만원에서 6억9000만원까지 올라 각각 거래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강남구 아파트값이 이번 주 들어 0.02%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해 강남권 분양예정 단지들의 분양가 릴레이 상승이 예상된다. 개포주공3단지를 비롯해 올해 강남권에서 1200여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분양시장의 활기가 가라앉은 주택시장에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출규제 확대, 경기 불안 등으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기대심리에 따른 투자수요가 적지 않은데 분양가가 계속 높아지면 차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앞으로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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