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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뉴스] “10%가 90% 기회 박탈” 김종인 주장은 ‘대부분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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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더불어민주당 김종인"거대기업, 거대금융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한다" 대부분 허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월가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곤 1%의 부자 vs 99%의 보통사람이라는 대립 구도를 만들었다. 이런 구도는 선거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를 둘로 갈라놓은 후유증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내내 그를 괴롭혔다.

100대 기업 매출, 전체의 54%
상위 10%는 소득의 45% 차지
‘10% 대 90%’라는 이분법 구도
기업이든 개인이든 과장된 것
더민주 “부의 편중 지적했을 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거대기업, 거대금융이 (한국 경제) 전체를 독식해 10%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들이 90%의 기회를 박탈해 나가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제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더민주 총선 공약의 근간이 되는 발언이다. 거대기업, 거대금융 10%가 90%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김 대표의 말, 사실일까?

우선 10%와 90%가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14년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상장사)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기준으로 53.5%, 영업이익은 62.0%다. 김 대표가 언급한 수치보다 훨씬 높다. 글로벌 경제 침체로 대기업도 어렵다곤 하지만 이 통계로만 볼 때 대기업의 영향력이 큰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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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왼쪽 셋째)가 30일 인천노인인력센터를 찾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어르신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 둘째는 더민주와 합의해 단일후보가 된 정의당 김성진(인천 남구을) 후보. [뉴시스]

문제는 김 대표의 10%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이냐다. 지난 16일 공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 성과의 분배-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 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5%였다. 아시아 국가 중 최고치였다. 1995년의 29%에서 무려 16%포인트 급등했다.

이재경 더민주 선대위 대변인은 “김 대표가 어느 한 자료만 참고한 건 아니지만 IMF 보고서도 참고한 자료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상위 10%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을 말한 것이지 대기업의 독식이나 기회의 박탈과는 거리가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고소득 봉급생활자가 서민의 기회를 뺏는다는 것도 과한 주장이다. 이 대변인은 “부가 편중되고 경제활동이 거대 경제세력으로 쏠린다는 걸 종합적으로 지적한 것이지 통계 수치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10%가 90%의 기회를 어떻게 박탈한다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흥미로운 건 ‘10% 대 90%’ 구도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다른 각도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최근 “10% 대기업 정규직이 과도하게 챙겨 왔던 열매를 내려놓고 90%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며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양대 노총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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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 김경수(경제학) 교수는 김 대표 발언에 대해 “분배 정의 관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도 “성장률이 최근 몇 년간 계속 저하되는 상황에서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도 분배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연세대 성태윤(경제학) 교수도 “중견기업과 일부 대기업까지 무너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를 단순히 몇 대 몇의 대결 구도로 보긴 힘들 것 같다”며 “기업의 매출은 근로소득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문제를 소득분배의 문제로만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 결론적으로 취지는 이해되지만 주장을 뒷받침할 정확한 통계를 인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대표 발언에 대해 팩트체커는 이렇게 판단한다.

‘대부분 거짓’.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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