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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명 유커 군단’이 남긴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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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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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사회부문 기자

중국 아오란(傲瀾) 그룹 임직원 6000명으로 구성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군단’의 인천 방문은 큰 관심과 반향을 일으켰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촬영지라는 특색을 활용해 월미도에서 4500명이 참여한 ‘치맥(치킨+맥주) 파티’는 흥행 대박이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말처럼 인천은 ‘관광 불모지’에서 ‘관광 메카’로 도약할 가능성을 엿봤다.

인천시가 대규모 단체 유커를 유치해 침체된 지역 분위기에 긍정적 자극을 준 것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요란하기만 했지 실속을 못 챙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만족하기에는 여전히 배가 고프고 갈 길이 멀다. 차분히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점들이 수두룩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유커들이 지나간 관광지를 기자가 일일이 직접 다시 가봤더니 “잘했지만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관광코스 중 하나였던 모래내 전통시장은 유커들을 맞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대대적인 준비를 했다. 없는 상인회 살림에 250만원을 투입해 각설이 공연단을 부르고 곳곳에 환영 현수막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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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인천 모래내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있는 중국 아오란그룹 소속 유커들. [사진 김현동 기자]

하지만 막상 온 유커들은 사진 몇 장을 찍고 떡볶이·어묵·딸기 등 저렴한 간식거리만 사 먹고 가버렸다. 머무는 시간도 겨우 20분 정도였다. 서장열 상인회장은 “시간이 부족해서 돈을 꺼내다가도 가이드가 ‘가자’고 하니 그냥 갔다. 6000명이나 온다고 해서 대목을 기대했는데 손해만 봤다”고 말했다.

‘별그대’ 촬영지인 송도 석산은 포토존 몇 곳만 덩그러니 만들어 놨을 뿐 볼거리가 부족해 일부 유커가 “심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별그대’ 촬영지인 인천대는 이번에 관광 코스에 포함된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인천대 관계자는 “사전에 협의를 잘했으면 철저하게 준비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숙소 부족도 큰 문제였다. 인천시는 아오란 그룹을 유치하면서 인천지역에는 27개 호텔 1500개 객실만 예약했다. 호텔이 부족해 나머지 숙소는 서울과 경기도 시흥에 잡았다. 아오란 그룹 측도 “호텔이 여러 곳에 흩어져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통역은 가이드를 중심으로 이뤄져 유커들이 개별 활동을 하기 힘들었고 지갑을 열 시간도 부족했다.

인천시는 이번 아오란 그룹 유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커 공략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또 오고 싶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다짐도 했다.

관광 메카의 꿈을 현실로 만들려면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의 충고를 깊이 새기면 좋겠다.

“대규모 관광객을 더 많이 지속적으로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숙박시설 확충은 기본이다. 먹거리·볼거리·놀거리와 쇼핑 편의를 갖추고 스토리텔링 등 다채로운 관광 상품과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

최모란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