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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랑세롱 워너 클래식 대표 “미래의 거장, 과거의 미덕 함께 찾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반업계는 변화중입니다. 피지컬(음반)에서 디지털(음원)로 바뀌고 있죠. 대중음악은 판매량 중 8대 2 정도로 디지털이 우위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아직 그 반대죠. 판매량 중 70% 넘는 비율이 시디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시디 판매량이 90%가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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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알랭 랑세롱(Alain Lanceron, 67) 워너 클래식 대표의 말이다. 콩쿠르 심사차 내한한 그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임동혁의 쇼팽 시디가 골드를 기록했다는 얘기를 꺼낸 그는 클래식 시디는 조금씩 줄지언정 계속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워너는 유니버설, 소니와 더불어 굴지의 음반사다. EMI와 버진을 흡수해 몸집을 키웠다. 1972년 파리 EMI에 팝 담당으로 입사한 랑세롱 대표는 음반계의 산 증인이다. 1978년 클래식 파트로 옮긴 뒤 1996년 버진 클래식 대표, 2013년 EMI 프랑스 총감독을 거쳐 2014년 워너클래식의 대표가 됐다. 그는 EMI 시절, 지금도 애호가들이 찾는 ‘비견할 수 없는(Les introuvables de)‘ 시리즈와 ’레페랑스(Reference)’시리즈를 만들었다.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목소리‘로 클래식 음반 최초 TV광고를 시작했다. 지휘자 미셸 플라송과 100종 넘는 음반을 제작하며 프랑스 음악에 공헌했다. 클래식의 최고급 콘텐츠를 다뤄온 백전노장의 고민은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었다.

엘피가 시디로 바뀌는 건 별 문제가 안 됐습니다. 음반을 소유하는 형태는 동일했거든요. 시디에서 디지털로 바뀔 때는 달랐죠. 정신적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원 시장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화중이다. 어디서든 버튼만 누르면 수돗물처럼 음악이 쏟아져 나온다. 랑세롱 대표는 새로운 수익 모델 창조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인 아이튠, 스포티파이, 디저 등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계획중이다. 한국의 멜론, 지니, 중국의 KK박스 등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랑세롱 대표는 워너 클래식의 전략을 ‘기본에 충실’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계속 발굴하고, EMIㆍ버진ㆍ에라토ㆍ텔덱의 과거 목록을 뒤져 음반을 발매하는 것이다. ‘미래와 과거’라는 두 바퀴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새로운 세대가 과거의 미덕과 유리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칼라스, 카라얀ㆍ펄만ㆍ사티ㆍ불레즈ㆍ릴리 크라우스ㆍ바렌보임ㆍ랑팔 등과 같은 박스세트를 준비 중입니다."

랑세롱 대표는 “슈퍼스타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로컬 히어로(Local Hero)’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엔 메이저 음반사와의 계약이 실력을 입증하는 지름길이었다. 이제는 정보가 빨라졌다. 유투브를 통해서도 실력을 알 수 있다. 또 나라마다 환경이 달라졌다. 그는 ‘한국의 조성진, 프랑스의 필립 자루스키, 미국의 조이스 디도나토’등을 대표적인 로컬 히어로로 꼽았다.

랑세롱 대표는 소프라노 바버라 헨드릭스ㆍ나탈리 드세이, 피아니스트 표트르 안데르셰프스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ㆍ르노 카퓌송, 테너 롤란도 비야손,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등을 신인 때 발굴했다. 그가 아티스트를 캐내는 날카로운 시선의 비결은 무엇일까.

예술성, 카리스마, 잠재력, 매력을 봅니다. 그냥 5감을 넘어선 제6감이 중요하죠. 음반 회사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인간적인 것(human)을 팔죠. 연금술에 가까운 일입니다."

랑세롱 대표는 음악 비즈니스에는 ‘사랑’과 ‘이해’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아티스트는 일반인에 비해 다루기 까다로운 사람들”이란 걸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해야 가능하단 얘기다. “아티스트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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