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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맞은 이주열 총재 “그동안 어렵지 않은 적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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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중앙포토]

그동안 어렵지 않은 적 없었고, 쉬운 과제도 없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주열 총재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MERS) 사태, 국제유가 급락,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의 경제 불안, 여기에 더해서 북한 리스크 등 예기치 못한 충격들이 연이어 발생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며 “한국은행으로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실시하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은행도 완화기조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기준 금리를 인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부합되는 기준금리 수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덜하다고 해서 우리의 통화정책이 경제의 회복세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기축통화인 이들 국가와는 달리 정책기조 완화에 따르는 자본유출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오히려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통화정책과 재정정책만으로는 저성장 저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구조개혁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G20 성명서에도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그리고 구조개혁, 소위 3박자가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시행되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이 총재는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 완화’ 주장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한은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3%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 1·2월의 국내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내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분기 성장세가 연초의 예상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금년 중 성장률은 연초 전망인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 소폭이지만 상승을 했고,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그는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금통위원들과의 호흡에 대해 “새로 오는 금통위원들과 지혜를 모아서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조 위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처해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적극 도모하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사전에 경고하고 방지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제주체들과의 소통강화에도 힘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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