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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바람」감 못 잡았던 내무부, 선거결과에 당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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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투표율 예상도 안 맞아>
○…「2·12」총선이 끝나자 내무부는 경악과 당혹 감을 억누르지 못하는 눈치.
그도 그럴 것이 전국에 뻗친 거미줄 같은 조직망을 자랑하는 내무부의 총선결과 예상이 너무도 빗나가고 말았기 때문.
내무부는 당초 투표율을 78.9%로 예상, 상부에 보고까지 했으나 결과는 84.6%로 나타났으며 특히 대도시의 경우 당·낙 예상도 완전 오판.
게다가 11대까지의 선거는 「투표율과 여당의 득표율은 비례한다」는 원리(?)가 지켜져 왔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11대(87.4%)보다 6.2%나 높았으나 여당의 득표율은 11대(35.6%)보다 오히려 0.3%줄어들어 더욱 당황한 관계자는 『유세 때의 「바람」을 한때의 바람으로만 본 것이 큰 실수였던 것 같다』며 낡은 방식에 의한 잘못된 판단 때문에 혹시 「내무부에 바람」이 일지나 않을지 걱정.

<구청장도 「메달」로 호칭>
○…「2·12」총선이 끝난 뒤 서울시내 17개 구청장들 가운데서도 3명의 금메달 청장과 1명의 은메달 청장, 1명의 무 메달 청장이 탄생.
개표가 완료된 13일 하오 본청에 모인 구청장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가 1위로 당선된 종로-중구의 변의정·김완종 청장과 성동의 이원종 청장을 「금메달청장」이라고 추켜세웠고 민정당 후보가 2위로 당선된 동대문 -서대문 등 13개 지구의 청장들은 스스로 「은메달청장」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 고생들 했다고 인사.
그러나 서울시내 14개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민정당 후보가3위로 낙선한 강남구의 박종우 청장에 대해서는 「무메달 청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박 청장은 이날 염보현 시장과 동료 구청장 등 만나는 사람마다 『면목없읍니다』를 연발.
한편 염 시장은 13일 하오 6시 시청회의실에서 열린 구청장회의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동안 수고들 많았다』고 위로한 뒤 30분만에 회의를 종료.

<"업무에 충실했을 뿐">
○…7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해온 이철씨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지명수배 된 이씨를 검거했던 서울 종로 경찰서직원들은 감회가 새로운 표정.
10여 년 이상 종로 서에서 근무해온 고참직원들은 『그때 상부의 특별지시로 다른 업무를 제쳐놓고 이씨를 잡는 데만 열중했었다』며 『이씨를 한번 종로 경찰서에 초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그 당시 고교생으로 변장해 시내를 배회하던 이씨를 검거했던 전 종로서 사직파출소소장 나상호씨(48·현재 도로교통안전협회근무)는 『그때는 내 나름대로 업무에 충실한 것 뿐 이였다. 어쨌든 이씨의 국회의원당선은 축하할 일』이라고 나씨는 이씨를 검거한 공으로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승진, 서울시경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82년12월 퇴직.

<민심의 실체 못본게 원인>
○…경찰은 12대 총선이 투·개표과정에서 큰 사고 없이 끝나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돌리면서도 「신당에서 20석이 넘으면 장을 지지겠다」던 당초예상이 크게 빗나간 채 신민당이 제1야당으로 부상하자 몹시 당혹스런 표정.
경찰의 한 관계자는 『민심의 실체보다 정치의 보수적 측면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게 한 원인』이라고 반성.
한편 앞으로의 정치 전망에 대해 전국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대검관계자는 『많은 재야 세력이 원내로 들어가 동참하게 됐으니 과거보다 오히려 안정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서울을 담당하는 서울지검 관계자는 『정국이 더 소란스러울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서로 상반된 견해를 피력.

<실태파악도 못 한 상태>
○…정·문교부는 이번 총선에서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라는 명목으로 특정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등 정치활동을 해온 사실과 관련, 이의 처리를 놓고 고심.
권이혁 문교부장관이 담화문 등을 통해 학생의 정치활동을 학칙으로 엄단토록 두 번 씩이나 경고했지만 각 대학은 처벌은커녕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
문교부 한 관계자는 『유권자면 누구나 정치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학생의 정치활동은 학칙으로 명확히 금지, 이를 묵인할 경우 학칙이 사 문화 되는 선례를 남기는 데다 특히 이들 학생들이 지원한 후보자가 대부분 야당이어서 난처하게됐다』고 씁쓸해하는 표정.

<예상 밖 고전에 "술렁">
○…보사부 직원들은 지난 13일 김정례 장관이 민정당 후보로 출마한 서울 성북 지구의 개표과정에서 예상 밖으로 고전하자 오전 내내 일손을 놓은 채 개표진행상황을 서로 물어보며 술렁술렁.
김장관이 「은메달」을 놓고 민한당 조윤형 후보와의 각축전을 벌이다 9백13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이 확정돼서야 직원들은 안도의 표정을 짓기도.
김 장관의 당선확정 소식을 전해들은 한 직원은 『비록 은메달 당선이긴 하지만 야당의 거물후보를 누른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니냐』고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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