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가장 큰손 40대, 여야 넘나드는 ‘스윙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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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40대는 선거전에선 ‘낀 세대’다. 여야는 2030세대와 5060세대를 중심으로 전략을 짠다. 각 당의 공약도 ‘청년정책’과 ‘노인정책’은 있지만 40대에 특화된 것은 없다.

2030처럼 정치 불신 크면서도
5060처럼 경제 안정 추구

하지만 20대 총선은 40대의 선택이 승부를 가르게 됐다. 이번 총선의 최대 ‘스윙보터(Swing Voter·부동층)’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지난 28일 공개한 전국 14개 선거구 여론조사에서 40대는 여야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심 없이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을에서 새누리당 이재영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3.1% 대 28.8%로 오차범위 이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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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와 30대는 야당의 심 후보를 뚜렷이 지지했다. 20대에서 심 후보는 40.8% 지지했고 이 후보는 14.7%에 그쳤다. 30대에서도 심 후보는 45.0% 지지를 받은 반면 이 후보는 15.8%에 불과했다. 5060세대에선 정반대로 결과가 뒤집혔다. 50대에서 이 후보는 41.3% 지지, 심 후보는 18.2%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에선 이 후보가 56.6%, 심 후보가 11.9%였다. 40대에서만 두 후보가 33.2%(이 후보) 대 31.2%(심 후보)로 오차범위(±4.0%p) 내 초박빙이었다. 지지 후보가 없거나 무응답(23.5%)이 높게 나온 것도 40대였다. 제3당인 국민의당 강연재 후보에겐 12.2%의 지지를 보냈다.

서울 관악갑 여론조사에서 더민주 유기홍 후보(31.2%)가 새누리당 원영섭(18.3%), 국민의당 김성식(21.4%)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 앞선 이유도 40대의 선택 때문이었다. 역시 2030세대는 유 후보를, 5060세대는 원 후보나 김 후보를 지지했으나 40대 응답자가 유 후보(44.9%)를 밀어주면서 유 후보의 강세를 이끌어냈다. 김 후보는 18%, 원 후보는 10.7%에 그쳤다.

반면 서울 중-성동을 조사에선 새누리당 지상욱 후보가 42.1%로 더민주 이지수 후보(19.2%)와 국민의당 정호준 후보(18.4%)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나갔다. 이곳도 40대가 승부를 갈랐다. 2030세대는 더민주 이 후보, 5060세대는 지 후보로 정확히 갈린 가운데 40대가 지 후보(37.7%) 지지로 쏠리면서 지 후보가 선두를 달렸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우리나라 40대는 고용불안·자녀양육·부모부양·노후대비 등의 경제 부담을 떠안고 있어 실용적인 투표 성향을 보인다”며 “2030처럼 정치 불신은 크면서도 5060처럼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양면성이 있어 진보·보수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40대는 19대 총선 때까지 세대별 최대 유권자였지만 이번 총선부터는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60대 이상(23.6%)이 처음으로 40대(21.5%)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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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22석이 걸려 있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40대가 여전히 452만9329명(22.2%)으로 60대 이상(426만8794명, 20.9%)보다 많다.

40대 투표율은 역대 총선에선 전체 평균을 넘어서는 수준을 유지해오다 19대 총선에서 52.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평균(54.4%)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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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2002년 대선 당시엔 30대 초반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동력이었던 40대가 노무현 정부 시절엔 국정 운영에 실망하면서 반사적으로 보수화한 측면이 있다”며 “다른 측면에서 보면 40대는 전셋값과 얇아진 월급봉투에 가장 민감하기 때문에 ‘전세 대란’ 같은 실물경제 위기에 반응해 분노 투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40대가 야당의 ‘경제심판론’에 호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30세대는 낮고 5060 이상은 높은 투표율을 감안할 때 40대에서 불지 모를 ‘경제심판론’의 파괴력을 상쇄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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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2030세대와 60대 이상의 비대칭적인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변수는 아직 안 보인다”고 말했다.

민병두 더민주 민주정책연구원장도 “과거에 비해 퇴직이 빨라지면서 연령별 보수화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며 “40대 투표 성향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나뉘는 경향이 있어 야당으로선 선거운동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했다.

정효식·위문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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