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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촌야도」성향이 되살아났다|「2·12」총선 표를 분석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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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당바람」이 결국 불고 말았다. 신한민주당이 서울·부산등 대도시를 휩쓸며 충격적으로 진출한 여파로 민정당은 지난 11대 때보다 2석 많은 적어도 4석을 잃어 88석 이하로 의석이 줄게됐고 민한당은 의석이 3분의1로 주는,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다. 국민당 또한 숫자상으로는 지난번 의석보다 약간 줄어들었지만 내용적으로는 고의 당직자전원이 낙선하는 참사를 당했다.
특히 신민당은 서울14개 지구, 부산6개 지구, 광주·인천·대전 각2개 지구 등 5대도시에서·전원 당선시키는 기록을 세우고 대구 3개 지구 중 2개 지구에서 당선자를 내는 등 대도시지역을 완전히 석권했다. 또 서울·부산 등지에서 신민당후보가 거의 1등을 함으로써 다시 여촌야도의 투표 성향이 되살아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도시의 득표율면에 있어서도 △서울의 경우 민정 28%에 신민 42.5% △부산은 민정 28.5%, 신민 36.8%를 기록, 신민이 앞섰고 △인천에서는 민정 37.8%, 신민 36.6%, 대구에서는 민정 30%, 신민 28.9%로 호각의 지지율을 보였다.
당초 민정당은 전원당선을 목표로 하면서도 2∼3석의 오차가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었고 표의 판독이 어려운 대도시지역에서 「의외의 손실」이 일어날수 있다고 전망했었다.
그런 관점에서 86∼88석의 확보는 반드시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 1석, 부산 3석등 모두 4석의 확정 낙선이 그런 대로 튼튼한 지역에서 생겼다는 것은 뜻밖이 아닐수 없다.
다만 득표율에서 지난 11대 때의 35.6%보다 높은 36.2%를 획득했다는 것은 민정 당 측이 자위할수 있는 측면이기도하다. 그러나 대도시지역에서 대부분 2위에 머물렀다는 것은 민정 당으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이것은 지난4년 동안 민정 당 측이 주력해온 조직력이 농촌에서는 여당의 프리미엄과 함께 깊숙이 먹혀들 수 있었지만 도시에서는 그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 고도 평가할 수 있다. 또 민정 당 측이 4년 간의 치적을 바탕으로 한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 했던 당초 예상이 오히려 들어맞았다고 할수도 있다.
당초 지역구 45석 내외를 얻고 전국구 15석을 안전 권으로 생각했던 민한당의 패배는 문자그대로 굴욕적이다.
서울·부산에서 1, 2석씩을 겨우 건졌고 그들의 표밭이었던 호남에서도 몰락함으로써 군소 당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약세를 보였던 경남지방에서 일부 만회하는데 그쳤다.
국민당은 그들의 본거지이던 영남지방에서 대패했다. 대구·경남 북에서 8석(무소속 입당자 포함 10석)이던 것이 2∼3석으로 줄었고 그 대신 경기·강원·전북 지역에서는 세력을 신장했다. 그러나 이만섭 부총재가 최후 시소를 하고있고, 이종성 부총재, 이성수 정책의장, 조일제 선거대책본부장, 김종하 원내총무등 중요당직자들이 고배를 들어 당권향배가 뒤바뀌게 됐다.
군소정 당 및 무소속은 1l대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무소속은 11대 때 11명에 비해 4명으로 줄어들었고 신민주·신사당 각 1명씩 당선자를 내 군소정 당은 맥을 추지 못했다.
신민당 후보들은 대도시지역에서는 유명·무명에 상관없이 강세를 보였고 전지역에서 고르게 진출했으나 대신 강원에서는 전멸했다.
그러나 당초 신민당 측이 내심 생각했던 30석 안팎을 훨씬 넘어서 50석을 획득하고 지역구를 포함해 67석이라는 원내 제1야당으로 도약하자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다.
이러한 판세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젊고 새로운 유권자 층의 등장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특히 전체유권자의 절반에 이르는20∼30대의 유권자들이 참여한 것이 판도변화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그들의 새로운 「정치적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절실해진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신민당의 승세와 민한당의 퇴조를 결정짓는 기본적인 요인은 결국 어느 쪽이 진짜야당으로 국민들의 판정을 받느냐 였던 것 같다.
결국 선명 경쟁에서 민한당이 밀렸고 국민들은 하나의 야당에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되며 따라서 이것은 우리 국민들의 뿌리깊은 양당제 선호적인 성향을 새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선거에서 형제의 원내진출은 어려울 형국. 조순형{신민)의원이 당선됐지만 형인 조윤형 (민한) 씨는 오랜만의 도전에서 2-3위 시소를 하고있고 신진욱(신민·안동-의성) 신진수 (민한·대구남-의성) 형제는 모두 낙선의 쓴잔을 마셨다.
민한당 에서는 신상우 부총재 (부산북구)와 6선의 김은하 후보 (인천중-남)가 낙선했다.
이밖에 민한당의 오홍석 중앙위의장과 김원기·김진배 두 전 대변인, 3선의 김승목 의원이 낙선했고 전북의 경우는 지금 까지의 민한의원은 전원 낙선하고 김봉욱후보(군산-옥구) 한 사람만 새로 당선돼 전원 교체된 셈이 됐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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