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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승·패에 환성과 침통이…|「2·12」총선개표…각 당의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한민주당을 제1야당으로 등장시킨 2·12총선결과에 상당히 충격.
중앙당사 종합상황실에서 텔레비전 의 개표중계를 지켜보던 민정당 간부들은 초반부터 신민당 후보들이 민한당은 물론 민정당을 위협하고 나가자 『예상 밖』 이라며 침통한 표정.
권익현 대표위원과 이한동 선거대책본부장, 이상재 부 본부장 등은 『저러면 안 되는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이 총장 등은 요원들에게 『어느 투표소를 까고있는지 알아 보라』고 긴급지시를 내리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
시간이 흐르면서 대도시에서 민정당 후보의 고전이 드러나자 간부들의 침통한 표정과 함께 장내 분위기는 무거운 침묵과 긴강감 마저 감돌았다.
이날 중앙당사 별관2층에 마련 된 종합상황실에는 전국구의 노태우·유학성·강경식·이용훈·박동진 의원등이 새벽까지 개표결과를. 지켜보았고 허문도 청와대정무1수석·최창윤 비서관등이 자정께 당사에 들렀으나 침묵 속에 개표결과를 주시. 권 대표를 비롯한 당 간부들은 전국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상오1시께 『서울·부산이 문제』라는 짤막한 코멘트를 남긴 뒤 하나둘씩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민정당 상황실에는 밤늦게까지 핵심 간부들이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자리를 뜬 뒤 이상재 차장· 김영작 이념실장·이종률 부 대변인등 선거 대책 반 브레인들만이 남아 개표결과를 체크하면서 유권자들의 성향을 다각도로 분석.
이들은 예상외의 신당바람에 대해 일체 노 코멘트로 일관했으나 한 당국자는 『결국 될 사람이 된것 아니냐』고 체념 조로 얘기했고 다른 간부는 『공명선거의 결과다. 이제 야당 쪽에서 부정선거 시비를 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아닌 자위.
이들은 또 신당바람에 대해 이 정도까지는 미처 예상 못했지만 당초 민정당이 목표했던 의석과 득표율을 확보 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
그러나 부산에서 6명중 3명밖에 당선시키지 못한데다 윤석정· 이태섭의원등 믿었던 사람들이 고배를 들었고 대도시에서 현저한 차이로 민정당 후보들이 밀린 것이 못내 찜찜하다는 표정이 역연.
민정당은 13일 상오9시 중집상위를 긴급소집, 선거결과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 성명을 발표했는데 기자회견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당직자는『상황이 바뀌어서 상오 중에 예정했던 권익현대표의 회견을 하오로 늦추어서 갖겠다』고 했다.

<신민당>
신민당은 12일 하오8시 반쯤 대구 중-서구에서 유성환 후보가 2위와 2배의 차이로 선두를 달리는 것을 비롯해 곳곳에서 승리가도 질주가 밝혀지자 환성과 박수가 요란한 축제분위기.
김재광 선거대책본부장을 비롯해 공명선거추진의 간부와 청년당원 50여명이 총재실에 마련된 상황판과 텔레비전을 통해 속속 밝혀지는 투표결과를 지져보며 흥분의 도가니.
김 본부장은 서울에서 거의 모든 후보가 선두로 나타나자 『문민 정치에대한 국민의 목마른 열망을 반영 한 것』이라고 촌평.
정세가 신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이날 하오9시30분쯤 미국의 CNN-TV, 독일 제1TV, 아사히TV등 외신기자들이 몰려와서 취재에 열을 올렸고 국내 TV방송도 자정이 넘어 촬영 팀이 도착.
김 본부장은 자정이 넘어 신민당의 일대약진으로 대세가 정해지자 성명을 발표, 『이번 총 선거를 통해 우리는 놀라운 민중의 힘을 보았다』며 『이것은 불어오는 민주바람과 독재에 대항하여 감연히 일어선 민중의 용기가 쟁취한 민주승리의 위대한 기록』이라고 논평.
김 본부장은 『국민의 성원과 유권자들의 「포장속·양심선언」에 뜨거운 감사를 드리면서 오늘의 승리를 디딤돌로 민중과 함께 민주화 시대를 선언한다』고 다짐했다.
청년당원들과 당직자들은 흥에 겨운 듯 『선거결과에 어디 흠 잡을 때가 있느냐』며 『그러나 우리가 잘나서 승리했다기보다 국민들이 얼마나 진저리가 났으면 우리에게 표를 몰아 주었겠느냐』고 여유 있는 겸양을 보이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노승환 부총재가 자정 무렵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당사에 나타나자 서로 굳은 악수를 나누며 『천지신명께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엄동설한에 춘풍을 불어주어 우리나라에 참다운 봄바람을 일으켜 준 것』이라고 최근의 날씨도 승인의 하나로 꼽았다.

<민한당>
신민당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민한당은 절간 같은 적막함 속에 손태곤 기획위원장과 여직원 10명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상황실을 지키는 침통한 분위기.
12일 하오7시50분쯤 점퍼차림의 유치송 총재가 당사에 나와 이태구 부총재, 박해충·신재휴 씨등 전국구 후보자와 총재실에서 개표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았는데 전국 각 지역의 민한당 득표상황이 비관적으로 나타나자 침묵으로 일관.
유총재는 개표초반에 『의석수가 하나라도 늘어야 할텐데 투표 때까지는 큰 소리를 꽝꽝 쳤지만 슬슬 걱정이 앞선다고 하다가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하오9시10분쯤 어두운 표정으로 당사를 떠났다.
유총재가 떠난 후 하오9시50분쯤 조윤형 선거대책본부장이 말끔한 표정으로 당사에 나와 잠깐 TV를 지켜보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성북에서 봉함이 안된 투표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하오10시5분쯤 당사를 떠나 개표소로 향했다.
이 날 자정 무렵 민한당이 형편없이 무너지자 이태구 부총재 등도 당사를 총총히 떠났고 여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마치 초상집같이 쓸쓸한 분위기.
민한당 요원들은 당선은 문제없을 것으로 믿었던 신상우 부총재·김은하 전국회부의장·오홍석 중앙위의장·유용근 당무위원은 물론, 악승을 의심치 않았던 소윤형 선거대책본부장 마저 계속 2, 3위 백중으로 고전하자 『이런 변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는 한마디로 정치에 대한 쿠데타』라는 말로 애써 위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료들은 이 같은 참패에 따라 전국구당선이 예상보다 반으로 줄어들게 되고 줄어드는 부분의 후보자들이 모두 5억 원 이상씩 헌금해 앞으로 이를 놓고 유 총재 등과 알선 자들이 톡톡히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걱정.
유총재는 상도동 자택에서 12일 밤을 뜬눈으로 개표결과를 지켜보고는 13일 상오8시쯤 가족들에게도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정장차림으로 나갔다고 측근이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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