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명 유커, 닭 3000마리 치맥 파티…“전지현 된 기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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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7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4500명이 28일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치맥 파티’를 하고 있다. 이들은 치킨 3000마리, 감자튀김 750개를 먹고 캔맥주 4500개를 마셨다. [사진 오상민 기자]

28일 오후 4시40분 인천시 중구 월미도 문화의 거리. 항공편을 이용한 사상 최대 규모(6000명)의 단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태운 관광버스 140여 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광저우(廣州)의 건강보조식품 개발·유통기업인 아오란(傲瀾)그룹 임직원 6000명 중 이날 ‘치맥(치킨+맥주) 파티’에 참석한 4500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캔맥주 4500개 225만? 마셔
자리 잡는 데만 50분 넘게 걸려

중구청은 이날 오전부터 10여 명의 인부를 동원해 문화의 거리(850m) 갈매기홀 일대에 흰색 8인용 테이블 550개와 회색 의자 4500개를 적게는 5줄, 많게는 20줄로 배열했다. 테이블과 의자의 전체 길이는 약 300m였다. ‘인해전술’을 연상케 할 정도로 워낙 대규모 인원이라 4500명이 자리를 잡는 데만 약 50분이 걸렸다. 이 때문에 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유커들은 바다 쪽 무대에서 진행된 한국무용과 K팝 커버댄스·퓨전국악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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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여주인공 전지현이 극중에서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는 모습. [SBS 화면 캡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극중에서 “눈 오는 날엔 치맥”이라고 한 이후로 치맥은 중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이날 한국에서 치맥을 직접 체험하기 직전이라 유커들의 표정이 잔뜩 상기됐다. 광저우에서 온 왕위퉁(王雨童·21·여)은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중국에서 먹어 본 치킨은 달고 매웠다. 한국 치킨도 같은 맛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거리 곳곳에서 고소한 치킨 냄새가 진동했다. 오후 6시가 되자 본격적인 치맥 파티가 시작됐다. 8인용 테이블마다 치킨 2박스, 캔맥주와 콜라가 사람 수대로 놓였다. 2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이 550개 테이블을 분주히 오갔다.

유커들은 종이로 된 앞접시와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치킨을 맛봤다. 급한 마음에 손으로 들고 뜯어 먹는 사람, 치킨이 매운지 손으로 급하게 입에다 부채질하는 사람, 다 마신 맥주캔을 들고 “더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마다 치킨 2마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뼈만 남았다. 일부는 치맥 먹는 모습을 셀카봉으로 촬영했다.

한국 치맥을 직접 맛봤다는 유커들은 “맛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우천빙제(吳陳氷潔·24·여)는 “중국에서 먹던 치킨보다 맛있다”며 “내가 꼭 전지현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셰리리(謝麗麗·21·여)는 “중국에서도 3개월에 한 번 정도 치맥을 먹었는데 한국 치맥이 더 맛있다. 이제 도민준(별그대 남자 주인공, 김수현 분)만 찾으면 될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날 치킨은 인천에 본사를 둔 호치킨이 크리스피 치킨 1500마리와 신제품인 치밥(매운 바비큐 치킨과 쌀밥) 1500마리 등 모두 3000마리와 감자튀김 750개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승빈(43) 호치킨 관리팀장은 “인천 시내 50개 점포가 총동원돼 새벽부터 치킨과 감자튀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캔맥주 4500개(225만ml)는 여행사 측이 제공했다. 이날 경찰 220명과 중구청 공무원 150명 등 370명이 행사요원으로 투입됐다. 특히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아오란그룹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론칭 쇼 일정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창덕궁은 이날이 월요일이라 휴관이었지만 한국관광공사의 요청에 따라 아오란그룹 소속 유커 3000명에게 이례적으로 개방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200명씩 조를 이뤄 20분 간격으로 입장했다. 리샤오링(李孝玲)은 “창덕궁 전체가 훌륭했지만 특히 비원(秘苑)이 아름다웠고 매화가 예쁘게 피어 사진 찍기에 좋았다”고 탄성을 질렀다.

창덕궁관리소 조규형 관리과장은 “창덕궁에 이처럼 많은 단체 관광객이 들어가기는 처음”이라며 “한 달 전부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박정호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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