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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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가 물의의 대상이 되고있다.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이 지역선관위에 낸 선거벽보와 선거공보내용을 심의하면서 원고문안중 일부 삭제를 요구한데서 발단이 된 시비는 합동연설회의 일정조정에까지 번지고 있다.
선관위가 심의과정에서 삭제를 요구한 내용은 야당의 문안이었다.
후보자들이 선관위의 처사가 월권이라고 반발하자, 중앙선관위에서는 그것이 원고접수·심의과정에서 나온 의견제시일뿐 지금까지 삭제가 결정된 사례는 없고 정면으로 법령에 위배되는 사항이 아닌한 삭제는 하지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벽보와 공보가 지역선관위 이름으로 작성, 발행되는 것이므로 위법내용을 삭제할 수 있으며 삭제여부는 지역선관위의 결정사항이라는 말이 덧붙여졌다는 것이다.
문제되고 있는 사안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선관위가 문안내용을 직권으로 삭제할 수 있다고 한 말은 얼른 납득이 안된다. 우선 선거법 어느 구절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또 법률적인 해명이 가능하다해도 해석을 지역선관위의 재량에 맡긴다는 것은 선거법의 정신에 비추어서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선거관리기구인 선관위가 지켜야할 첫째 법도는 공정이다. 선관위는 경기에서의 심판과 같다. 다른 행정기관은 제쳐두고 선관위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선거자체에도 흠집이 미친다.
선거공보의 내용에 위법사항이 있다면 사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해야 마땅하다. 문안내용의 위법여부는 일선 공무원들이 자의적인 해석을 할 영역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다.
선거는 4년만에 맞는 국민의 1권행사다. 가능하면 유권자인 국민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접촉할 기회를 더많이 마련해주는 것이 선관위가 해야할 일이다.
유세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추위 때문에 선거운동 일정을 앞당겨 끝내기로 한 곳이 많다. 주말이나 장날에는 아예 합동연설회를 개최하지 않는 곳이 있는가하면 개최시간도 청중이 모이기 어려운 작전을 택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1인당 30분씩으로 되어있는 연설시간도 크게 단축해서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혹한기에 선거를 치르려는 것에 대한 불평도 없지않다. 한편 선거운동이 공영화되면서 유권자와 후보자가 대면할 기회는 종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합동연설회를 개최하는 목적은 되도록 많은 유귄자에게 후보자들을 선보임으로써 공정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선관위가 혹한을 핑계삼아 선거일정을 대충 마무리하려드는 인상은 준다면 맡겨진 임무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선관위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게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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