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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10년째 소득 2만 달러의 덫…구조개혁 외엔 답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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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9년 이후 6년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대비 2.4% 감소한 2만7340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원화 기준으론 4.6% 늘었지만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7.4% 하락해 달러로 표시된 국민소득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부터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던 것을 돌이켜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환율변수로 덮고 지나가기엔 장기추세가 못내 위태롭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10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스웨덴은 4년, 독일·덴마크는 6년 걸렸던 과정을 한국은 두 배의 시간을 투자하고도 아직 지나지 못하고 있다. 뚝뚝 떨어지는 경제성장률 때문이다. 2007년까지 5% 안팎을 오르내리던 성장률은 지난해 2.6%까지 하락했다. 올해도 3%선을 내다보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환율효과를 이겨내기 버거울 만큼 경제의 체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5% 안팎으로 추산됐지만 요즘은 3%도 안 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인구가 줄어들고 기업 부문의 혁신도 부진한 탓이다. 철강·자동차·조선·정유 같은 주력 산업은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를 걱정하고 있다.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대기업과 노후가 불안한 가계는 번 돈을 쌓아둘 뿐 쓸 엄두를 내지 못한다. 투자와 소비가 줄고 전체 시장이 쪼그라드는 악순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벗어날 길은 구조개혁뿐이다. 노동시장은 물론 기업과 산업정책, 국가의 장기전략까지 예외가 될 수 없다.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하드웨어 마인드, 수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수출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침 각 정당의 총선 지휘봉을 경제통들이 쥐고 있다. 국민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구조개혁 방안이 이번 총선에서 제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