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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도 연체율 급증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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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들이 연체율 급증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줬다가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출금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신용대출(3백만원 이하)의 업계 평균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37.3%에 달했으며 50%를 넘는 저축은행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저축은행은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위험 수위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 부실의 원인=저축은행의 소액신용대출은 최근 2년간 10배로 늘었다. 고금리 대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업계와 서민 대상 대출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2001년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규제를 대폭 풀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출 모집인 허용이다. 이 때 상당수 사채업자들이 대출 모집인으로 변신해 대출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대출 심사는 형식적으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30~60%로 사채에 버금가는 수준까지 올랐다. 몇몇 저축은행은 금융 피라미드식 조직을 운영하면서 대출을 모집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01년 3월 말 2천7백억원에 불과했던 소액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에는 2조7천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소액대출 연체 금액도 2001년 9월 말 9백억원(연체율 11.6%)에서 지난 3월 말에는 1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여신(지난 3월 말 20조8천억원)에서 소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13%)은 작지만 저축은행의 자본금이 대개 5백억원 미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위험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연체금액도 4조3천억원, 연체율은 21.4%나 됐다.

◇자본확충 시급=일부 저축은행들은 퇴출을 면하려면 자본금을 시급히 늘려야 할 상황이다. 연체 급증에 따른 손실로 자본금을 까먹으면서 BIS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말부터 BIS 비율이 5% 밑인 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시간을 더 달라는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를 1년간 유보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한 금융회사에 대해 금감위가 강제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금감위는 대신 언제까지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계획서를 받는 등 적기시정조치에 버금가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BIS 비율이 5% 미만인 업체는 지난해 말 현재 으뜸(제주) 등 5개며, 업계 1위인 한솔(서울)을 포함해 10여개 업체는 당시 5%를 간신히 넘기긴 했지만 6월 말 결산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상태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www.fsb.or.kr)에 공시돼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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