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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기억 "인생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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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기억` 홈페이지]

언젠가 후회할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아요.
인생의 불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구요.”

법정 미스테리 휴먼드라마 '기억' (tvN)
의료 사고를 고발한 김박사(강신일)가 회유하는 박태석 변호사(이성민)에게 하는 대사

보건복지부장관인 부친과 재력 있는 모친의 후광으로 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병원 소화기내과과장으로 재직중인 차원석. 소심하고 나약하고 주관없고 늘 불안정한 그가 사고를 쳤다. 위궤양이 심한 환자에게 소화제 대신 항암제를 연속 처방했고, 그 환자는 심장 발작후 사망했다. 환자 가족들은 사실을 모르는데, 내부 고발자가 나왔다. 세계적 위암의 권위자인 한국병원 의사 김선호박사.

내부 고발자를 처리해야할 임무는 태선로펌 변호사 박태석에게 주어졌다. 그는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보통의 변호사였다. 그러나 정의는 힘의 논리에 의해 사라지길 반복했고, 불평등과 불합리한 세상은 마치 그렇지 않은 듯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기 일쑤였다. 게다가 사랑하는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힘을 갖고 싶었다. 태선로펌에 합류한 후 그가 맛본 힘의 맛은 달콤했다. 의뢰인의 요구라면 선과 악을 따지지 않았다. 변호사로서의 일만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승률 최고의 변호사 박태석이 상대를 다루는 법은 상대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여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다. 평생 의사였던 김박사는 6개월 전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았고, 딸은 미국 유학시절 마약을 복용했었다.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될 것을 김박사가 알았겠는가. 김박사의 눈에 박변호사도 그저 불쌍한 인간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 못하는 어쩔 수 없이 우매한 인간. 그래서 김박사의 이 말이 긴 울림을 갖는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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