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약사' 이름으로 불법 영업한 약국…의약분업 예외 헛점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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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면허만 빌려 약을 조제해 온 이른바 ‘무면허 약국’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한 제도의 빈틈을 노렸다. 결과적으로 약물 과다복용과 오남용 등 지역 주민건강을 위협한 셈이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약사 면허를 빌려 무자격으로 의약품을 조제·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무면허 약국’ 운영자 9명을 붙잡아 이중 화성에 사는 김모(61)씨와 평택에 사는 또 다른 김모(61)씨등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약사면허증을 대여해준 김모(81)씨 등 약사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 약사면허증을 대여해준 김모(81)씨 등 약사 1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화성에 사는 김씨는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A약국을 차려놓고 고령으로 거동이 힘든 약사 김씨로부터 면허를 빌려 약을 조제·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약사 김씨는 그 대가로 원룸과 500만원을 월급으로 받아 챙겼다. 특히 평택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해 4월 숨진 약사 윤모(77)씨 명의로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모(60)씨도 노안으로 시각을 잃은 강모(68·여)씨와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손모(62·여)씨의 약사면허증으로 2012년부터 올 1월까지 약국을 운영했다. 조씨는 이들에게 원룸과 350만~500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약사들이 미리 조제해 놓은 약을 마치 자신이 직접 조제한 것처럼 꾸몄다. 법정조제일수(5일)도 어기며 10일이상, 심지어 한 달 이상씩 약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식으로 적게는 하루 70만~90만원, 한 달 평균 3000만원, 4년 여 동안 29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적발을 피하기 위해 약은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했다. 약값도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면 환자가 30%, 보험공단이 70%를 각각 부담하도록 돼 있다.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경우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통상 반경 1km 이내에 병·의원이 없을 경우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분류된다. 경기도 평택·화성·용인·안성 등에 모두 109개 약국이 영업중이다.

경찰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는 대부분 고령의 환자들이 찾기 때문에 전문지식 없이 조제된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이 클 것을 예상된다”며 “약은 반드시 의사에게 처방을 받아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외 다른 약국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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