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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중국동포 식당만 노린 중국동포 사기단 검거

중앙일보

입력

 

상습사기 피의자 최모(49)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4시쯤 경기도 고양시 토당동의 한 영세 식당에 들러 식당주인 김모(33)씨에게 접근했다. 최씨는 “이 근처 사무실로 이사 왔다. 직원들 저녁식사를 매일 배달 주문하려고 하는데 사무실 위치를 알려 줄 테니 함께 가자”며 식당주인을 데리고 나왔다. 최씨는 가는 도중 “거래처 사람을 잠시 만나야 한다”며 김씨를 인근 빵집으로 유인했다.

이어 그곳에 대기하고 있던 일당 최모(55)씨부터 방수처리에 필요한 부품이라는 금속칩 1개를 90만원에 구매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이후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구입한 금속칩을 일당 김모(61)씨에게 110만원에 되파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시 빵집으로 돌아온 최씨는 식당주인에게 미리 준비한 가짜 돈다발을 보여주면서 “금속칩 100개를 사면 금방 수익이 난다. 보다시피 금방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돈이 부족하니 빌려 달라. 식당을 자주 이용하겠다”고 요구했다.

이 말에 속은 식당 주인 김씨는 30분 만에 준비한 1000만 원을 최씨에게 건네줬다. 그러자 최씨는 1000만원에다 가짜 돈다발(8000만원)을 판매책에게 주고 금속칩 100개(9000만원)를 구매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어 최씨는 구입한 금속칩을 김씨에게 주면서 구매책에게 직접 가서 1억1000만원을 받아오라고 했다.

이에 식당주인은 금속칩을 가지고 구매책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구매책은 유인책ㆍ판매책과 함께 달아난 뒤였다. 황급히 빵집으로 돌아온 식당주인 김씨는 이들이 모두 도망을 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23일 최씨 등 일당 3명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조사 결과 최씨 등은 범행에 앞서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금속칩ㆍ전자칩과 가짜 돈다발ㆍ대포폰ㆍ대포차를 범행 도구로 준비했다. 또 유인책과 판매책ㆍ구매책 등으로 역할을 번갈아 맡으면서 각본대로 연출해 유인된 피해자가 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네다바이 수법’으로 7년에 걸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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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2010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ㆍ경기ㆍ인천ㆍ충남 지역 식당을 상대로 25차례에 걸쳐 4억여 원 상당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가로챈 돈을 일부 생활비로 사용하고 유흥과 카지노 도박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윤 고양경찰서 경제2팀장은 “중국동포이거나 귀화한 중국동포인 최씨 등은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고 중국 동포만을 노려 범행을 한 것으로 드라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낯선 손님이 식당을 수차례 들러 앞으로 자주 이용하겠다고 과잉친절을 베풀며 물품 거래 명목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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