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맞춤 멘토링, 스타벤처 산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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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땅 속 수도관은 세월이 가면 녹슬고 부식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직류 20~30v의 미세한 전류를 파이프에 흘려줘야 한다. 하지만, 한전의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1㎞당 5000여 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신주 가설과 땅 매설, 전선 매립을 위한 비용이다. 주변에 아스팔트 도로가 있으면 공사비는 2~3배 늘어난다.

2013년 설립 창업드림학교서
연 30~40명 전략·홍보 교육

설립 4년차의 신생벤처가 이 같은 어려움을 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주대 창업센터의 ‘이엔이’가 제시한 ‘독립전원 전기방식 시스템’이다. 현장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공사비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자체설비 사용은 물론, 지자체 마케팅에도 나설 만큼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이엔이는 최근 피부 트러블을 줄여주는 미용수 공급장치도 개발했다. 고성호(40) 대표는 “전기료 부담과 토지사용 허가 문제 때문에 수도관의 부식문제를 방치한다는 말을 듣고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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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전주대 백상용(오른쪽 첫째) 지원단장과 벤처인들이 창업학교에서 개발한 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학교는 2015 창업선도대학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주대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 기업을 키워내는 스타벤처의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예비 창업자를 발굴해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도록 세심하게 돌보는 맞춤형 멘토링 지원 시스템이다.

그 중심에 ‘창업드림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2013년 설립된 후 매년 30~40명 학생을 받아 사업화 전략과 마케팅, 홍보를 가르치며 기업가 마인드를 심는다. 이들 중 아이디어가 좋고 창업 의지가 강한 예비 벤처인을 골라 4000만~5000만원을 지원하고 사무실도 빌려준다. 단계별로 제조·경영·디자인 등 각 분야 전문가 100여 명이 달라붙어 코칭도 해준다.

이엔이의 고성호 대표도 처음엔 아이디어 만으로 시작했다. 드림학교에 들어와 제품 개발에 대한 기술 자문을 받고, 개발 비용까지 지원 받았다.

‘된장푸는 남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홀푸드’의 최재원 사장도 이 곳을 통해 사업의 첫 발을 내디녔다. 미국에서 20년을 살다 온 최 사장은 미생물과 식품 전공 교수들의 지도를 받아 초콜릿 모양의 된장·청국장을 개발했다. 전통장류의 맛을 내면서 휴대하기 편해 여행이나 등산·캠핑에도 가져갈 수 있다.

‘수테크놀로지’는 화장실의 악취 탈취기 ‘에티쉬’로 주목받고 있다. 용변 냄새를 저수조로 끌어올려 물에 용해하는 시스템이다. 김상규 사장은 “시제품 제작부터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받았다”며 “삼성 벤처투자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전국에 32개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드림학교 졸업생의 홀로서기를 돕는 창업지원센터·창업확산센터·창업보육센터와 아이디어 플랫폼·창업 카페도 운영한다. 2800㎡의 보육센터에는 현재 6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전주대는 지난해 창업선도대학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연세대·동국대 등 28개 학교 중 가장 많은 32억여원을 지원 받았다. 창업지원단장 백상용(경영학과) 교수는 “꽁꽁 언 취업난을 녹일 수 있도록 대학생들의 창업 열기를 지피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는 중국·인도 등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트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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