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측 "손발 다 잘라놓고···유 의원 산송장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3·15 공천 발표를 지켜본 새누리당 당직자들 사이에서 낮은 탄성이 나왔다.

이제 유승민 의원만 남았다.”

기사 이미지

공천 여부가 발표되지 않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15일 차에서 내려 대구시 용계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대명동 어머니 집에 다녀온 뒤 자택에 머물렀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재오·진영 의원 등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명단에 유 의원은 없었다. 그 대신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힌 유 의원의 운명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최고위원회의로 넘겨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5일 밤 브리핑에서 “유 의원에 대해선 공천위 내부에서 의견 통일이 안 됐다”며 “여론을 더 수렴한 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9대 때 이재오 시나리오처럼
본인은 살리되 측근들 떨어트려
대구에 내려간 유승민은 침묵

복수의 공천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 ‘편하게 의원 생활을 해 온 텃밭(대구)의 다선 의원’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유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를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 선거에서의 역풍을 감안할 때 일단 경선에 부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결론을 못 냈다.

공천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유 의원 공천 문제는 공천위 내부에서 더 논의한다고 해서 결론이 날 상황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당 최고위원회의에 공을 넘겨 지도부의 최종 입장을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천위는 당 최고위의 의견을 들어 유 의원 공천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최고위원회의는 16일 오전 9시에 열린다.  

기사 이미지

왼쪽부터 조해진, 김희국, 류성걸, 이종훈.

유 의원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대구 지역구(동을)에 머물고 있는 유 의원과는 통화도 되지 않았다. 의원실도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만 할 뿐 말을 아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의 한 의원은 “참 독한 사람들이다. 유 의원만 남기고 그의 손과 발을 다 잘라냈다. 유 의원을 ‘산송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날(14일) 권은희·홍지만 의원에 이어 이날도 ‘유승민 사람’으로 분류되는 조해진·김희국·류성걸·이종훈 의원 등 4명을 한꺼번에 공천 탈락시킨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당내에선 이날 오전부터 윤상현 의원을 ‘친박계의 논개’처럼 활용해 유 의원만 빼고 주변의 비박 인사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제2의 ‘이재오’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친박계는 4년 전인 19대 총선 공천 때도 ‘보복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대신 진수희·권택기 의원 등 측근들을 대거 낙천시켰다.

기사 이미지


▶관련기사
① 새누리 150석은 건지겠나”…청와대 참모들 한숨뿐
② 사전교감 있었나, 윤상현 하루종일 ‘잠수’



가상준(정치외교학과) 단국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했을 때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반대로 친박계가 유 의원을 쳐내기 위해 주변부를 가지치기 식으로 탈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박계의 다른 한 축인 김무성 대표는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김 대표 측은 “ 공천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의 취지를 살려 경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박계 최고위원들(서청원·김태호·이정현 등)의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커 최고위원회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서울 후보들 “유승민 공천해야”=유 의원의 공천이 미뤄지면서 새누리당의 수도권 후보들이 동요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14~15일 서울에서 공천이 확정된 22명(14일 기준)의 후보들을 상대로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유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 시켜선 안 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22명 중 “공천을 줘야 한다”거나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한 후보가 18명(81.8%)이었다. 3명의 후보는 “노 코멘트”라고 했고, 1명만이 “영웅주의와 스타 의식에 빠져 있다”며 공천 탈락을 주장했다.

최선욱·현일훈 기자 isotop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