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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공격적 투자로 '성장 DNA' 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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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근대 유럽의 불안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놓인 상황은 이 그림 속 방랑자와 다르지 않다.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각 기업의 노력이 한창이다. [중앙포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 최근 상황을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에 빗대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29곳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고강도 혁신, 신성장 동력 발굴
기업들, 저마다 활로 찾기 나서

삼성,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대비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R&D 투자

하지만 위기 국면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기업들의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에코 시스템(생태계)’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와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한 배경이다. 반도체 역시 2018년(1단계 투자)까지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새 공장을 짓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들어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자동차와 스마트 카 같은 미래형 먹거리 개발과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위기를 돌파하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힘은 역시 ‘투자’에서 나온다. 악조건 속에서도 올해 우리나라 30대 대기업의 투자 예정금액은 12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116조6000억원)보다 5.2% 가량 늘었다.

SK그룹도 에너지와 화학·반도체 등 주특기를 무기로 세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빅 등과 잇따라 글로벌 협업을 강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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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파괴적 변신’을 올해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기업간 거래(B2B)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지난 2014년 6조원 대에 머물던 두 사업 부문의 매출은 올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롯데그룹은 민첩한 시장 대응을 위해 그룹 내 사업부문간 ‘거버넌스(지배구조)’ 강화를 올해 중점 전략으로 정했다.

다른 기업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포스코는 ‘고강도 경영 쇄신’을 포함해 고유 기술에 기반한 사업 강화를 천명했다. 현대중공업은 IT(정보기술)를 입힌 ‘차세대 선박’으로 조선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GS 역시 허창수 회장이 연초 이후 강조한 대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에너지·유통·건설 등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부문을 재편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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