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애·희귀병 어린이에 현실적 도움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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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일 같지만 남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의 현실에 안도하는 것이 사람들의 습성이다. '저런 형편에서도 꿋꿋이 사는데 내 처지를 불평한다면 사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 TV에 넘쳐나는 자선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출연자인 불우 이웃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 이같이 시청자들을 위무하는 기능이 더 큰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눈길을 끌기 위해 연예인들이 우르르 찾아가 눈물을 내비치고, 그 화면을 본 시청자의 푼돈을 ARS 등으로 모아 성금을 전하는 방식으론 '1회성 쇼'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8회가 방송된 SBS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토요일 밤 11시50분)은 기존의 자선 프로그램이 지닌 한계를 탈피하려는 구성 방식이 돋보인다.

'…아름다운 여행'의 제작 취지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장애아 또는 희귀병 환아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 제작진은 그 도움이라는 게 수술비나 치료비를 한번 대주는 걸로 끝나선 안된다는데까지 인식을 넓혔다.

그 결과 의사.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을 모아 이른바 '솔루션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형식을 갖추게 됐다.

예컨대 지난 5일 방영된 '천사 별이, 날개를 달다' 편(사진)은 팔다리가 어느 하나 성치 않은 네살배기 별이를 위해 의족을 만들어주고 탈구된 고관절 수술을 해주는 의료적 지원을 해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장애아를 입양한 별이 가족의 구성원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누리도록 하려면 부모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나머지 형제.자매에 대한 심리 상담, 별이의 치료를 위해 엄마가 집을 비울 동안 가사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솔루션'이 제시된 것이다.

제작진은 인근 성당과 청소년상담소의 자원봉사자들을 별이 가족과 연계해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편 로또복권의 시스템사업자인 (주)KLS가 솔루션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 전액(회당 약 2천만원 소요)을 부담한다는 점도 일반인 모금에 기대는 다른 자선 프로들과 차별화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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