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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업체 울리는 백화점 ‘갑질 약관’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고객이 컴플레인(불만)을 제기하면 해당 종업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직원 원아웃’ 조항 불공정 판정
임대료 연체 고율 이자도 바꿔야

한 대형 백화점이 입점업체와 맺은 계약서 내용이다. 고객의 항의가 정당했는지 따져볼 여지도, 종업원이 억울함을 밝힐 기회도 주지 않는 ‘원아웃’ 조항이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과장은 “불만 사유의 정당성과 시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백화점이 일방적으로 파견 종업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불공정 약관”이라고 말했다.

8일 공정위는 전국 13개 백화점의 입점계약서에 있는 3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추려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앞으로 백화점은 ▶불만 사유가 정당하고 ▶다수 고객이 반복적으로 항의했고 ▶기회를 줬는데도 고쳐지지 않았을 때만 파견 종업원을 바꿀 수 있도록 약관을 고쳐야 한다.

백화점이 입점업체의 상품을 들이길 거부할 때도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 공정위는 백화점 마음대로 매장 위치와 면적을 바꾸는 조항도 손질하라고 요구했다. 백화점은 입점업체가 먼저 요청하거나 전체 매장을 조정할 때만 이를 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꿔야 한다.

판매대금과 임대료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바로 입점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 24%의 높은 연체 이자를 물리는 약관도 시정 대상이다. 앞으로는 14일 이상의 여유 기간을 주면서 ‘돈을 내라’는 서면 통보를 먼저 해야한다. 연체 이자도 공정위 고시 이율(현행 15.5%)을 넘게 받을 수 없다. 공정위는 또 화재나 도난 같은 사고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백화점 책임과 상관없이 손해를 모두 입점업체에 떠넘기는 약관도 고치도록 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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