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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NIE] 진화하는 인공지능, 축복일까 재앙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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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알파고 오늘 세기의 바둑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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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오른쪽)과 알파고를 이미지화한 그림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 승자는 누구일까. 오늘 오후 1시부터 세계 바둑 1인자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둑판 위에서 격돌한다. 대국 방식은 호선(互先), 흑백을 번갈아 잡는 것으로 같은 실력임을 전제한다는 뜻이다. 다섯 판 중 세 번을 먼저 승리하는 쪽이 이긴다.

이번 대국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함뿐 아니라 인공지능 발전의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대된다. 과연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다.

과학계는 향후 30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언론과 각종 자료에 기초해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봤다.

쟁점과 토론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인공지능·로봇 기술이 이끌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차·헬스케어·챗봇(chatbot·채팅로봇)·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통해 우리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기술 발전 속도는 혁명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빠르다.

미래학자이자 현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지능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를 고된 노동에서 해방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와 함께 영화 ‘터미네이터’ 속 ‘스카이넷’처럼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란 두려움과 공포가 뒤섞인다.

기술의 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기술이냐에 대한 지향점은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윤리 등 인공지능을 둘러싼 윤리·법률·제도에 관한 사회적 토론과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67년 인간과 컴퓨터 최초의 대결

컴퓨터 발전 역사에서 빼놓은 수 없는 인물이 수학자 앨런 튜링(1912~54)이다. 그는 현대 컴퓨터의 기본 구조를 최초로 구상했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처음으로 던진 인물이다.

1950년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Can Machines Think?)라는 논문에서 그는 기계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기계도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훗날 인공지능을 가늠하는 판별법인 튜링 테스트로 발전한 ‘이미테이션 게임’의 기본 구상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컴퓨터 하드웨어의 기능 향상과 함께 빠르게 발전한다. 세상의 관심은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최초의 대결은 체스다. 67년 MIT 출신 해커가 만든 체스 프로그램 ‘맥핵’은 철학자이자 아마추어 체스 선수였던 후버트 드레퓌스와 대결해 예상을 깨고 승리한다.

충격적인 대결은 97년 벌어진다. IBM이 개발한 ‘딥블루’가 여섯 번의 대결에서 2승3무1패의 성적으로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가스파로프를 꺾었다. 체스에서 컴퓨터의 수 읽기와 전략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이다.

2011년 IBM이 만든 수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 두 명과 겨뤄 승리를 거머쥐었다. ‘왓슨’은 사람이 쓰는 문장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까지 파악하며 여유롭게 승리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가장 고차원적인 수 싸움인 바둑에서까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려 한다. 오늘 이세돌 9단과 격돌하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樊麾) 2단과 호선으로 다섯 판을 두어 전승을 기록했다.

스스로 학습하며 바둑 실력 키운 알파고

인공지능의 획기적인 발전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덕분이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학습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인간의 뉴런처럼 수십 개의 층(layer)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정보 사이 의미(패턴)를 찾아낸다. 겹쳐지는 패턴이 많을수록 의미 있는 정보로 인식한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컴퓨터의 학습은 정확해진다.

이런 과정을 무한대로 반복하며 컴퓨터는 다양한 패턴을 학습하고 판단은 정교해진다. 고도로 발달한 컴퓨터 연산능력과 빅데이터 처리 기술은 딥러닝 기술에 날개를 달아줬다.

알파고는 이런 과정을 통해 바둑 실력을 키웠다. 유럽 아마추어 고수들의 대국 16만 개에서 약 3000만 개의 바둑판 상황을 추출해 학습했다. 100만 번의 대국을 단 4주 만에 소화하는 연산 속도는 사람으로 따지면 1000년이 걸리는 일이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하루에 3만 번의 대국을 소화하면서 끊임없이 학습하며 스스로 최선의 수를 찾는다.

프로기사들은 이세돌 9단의 우위를 점치지만 이번 대국의 향배를 쉽게 가늠하기 힘든 이유다. “이 9단이 알파고를 물리친다 해도 앞으로도 계속 인간이 인공 프로그램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할 때를 짧게는 5년 뒤, 길게는 30년 뒤로 보고 있다.”(중앙일보 2016년 2월 10일 ‘이세돌이 이긴다 해도’)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로봇이 견인하는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이 1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견과 대량생산 체제 구축이다. 3차는 인터넷 등 정보기술과 산업의 접목이다. 인공지능·로봇 기술의 발전은 사물인터넷(IoT)·자율주행차·3D 프린팅 같은 혁신을 낳는다. 일본 로봇협회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적으로 57억 달러(약 6조9250억원)에 불과했던 로봇 시장은 2010년 249억 달러(약 30조2540억원)로 4배 이상 성장했고, 2025년에는 664억 달러(약 80조676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WEF는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도 조명한다. WEF가 펴낸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가면서 앞으로 5년 안에 선진국 15개국에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기술 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직업에 대한 개념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각국은 대량 실업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창조력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로봇 윤리 등 사회적 합의 시작할 때

지능을 갖춘 로봇에게 과연 인간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MIT테크노롤지 리뷰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부수게 프로그램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이런 딜레마를 다뤘다. 도로에 무단횡단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직진하면 여러 명이 다치고 핸들을 꺾으면 보도의 한 사람이 다친다. 자율주행차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영화 ‘아이.로봇’ 속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인공지능 로봇은 물에 빠진 주인공과 어린아이 중 어른인 주인공의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이 대신 주인공을 구한다. 이런 행동은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 것일까.

미국의 공상과학(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1939년 『핑계(Runaround)』라는 소설에서 ‘로봇 3원칙’을 제시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해서 안 되며, 인간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앞서 두 가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 안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공상과학 소설 속 상상력에 머물러 있던 ‘로봇 3원칙’은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1000여 명의 과학자·철학자·IT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무기, 일명 킬러 로봇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언론은 인공지능·로봇의 발전에 따른 윤리·법·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함을 강조한다. “AI의 발전으로 인류가 빈곤과 질병에서 해방되고 재난에서 안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만일 초지능과 결부돼 전쟁 로봇까지 등장하고,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I 개발을 둘러싼 윤리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다.”(중앙선데이 2015년 5월 24일 ‘AI, 30년 뒤엔 인간 능력 추월…친구냐 적이냐 갈림길’)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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