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수남 총장 "음주사망사고 운전자 구형 강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621명이다.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8명(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3개국(총 34개국 중 칠레는 집계에서 제외) 중 1위였다. 당시 OECD 평균은 6.5명이었다. 차가 많아서가 아니다. 같은 해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는 2.4명으로 2위(1위는 2.5명의 터키)를 기록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도 많다. 지난해의 수치가 583명이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12.6%에 해당한다. 대리운전이 보편화됐지만 희생자 수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2014년에 비해 9명이 줄었을 뿐이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음주 사망사고의 운전자에게는 통상 징역 1~2년이 선고된다.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춘천지법은 음주운전을 하다 폐기물을 수거 중인 화물차를 들이받아 환경미화원 형제 중 1명을 숨지게 하고 다른 한 명에게 큰 상처를 입혀 기소된 허모(28)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허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콜 농도 0.157%의 만취 상태였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과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서울서부지법에서도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에 서 있던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2)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에겐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망사건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묻지마 살인이나 다를 게 없다. 그동안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형이 지나치게 낮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검찰이 '처벌 강화'라는 칼을 뽑았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8일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가 살인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도록 구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이타마현 재판소가 두 명의 사망자 등 총 9명의 사상자를 낸 음주운전자에게 징역 16년을, 동승자에게도 징역 2년을 선고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동승자를 기소했다는 얘기를 아직 못 들었다"며 "외국 사례를 파악해서 사건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업무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정형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부족하면 법 개정을 해서라도 국민의 법 감정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죄질이 엄중하다는 점을 잘 입증해 구형을 높인다면 법원도 판단에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주 사망사고 당시 동승자에 대한 적극적인 처벌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장은 “불법과 반칙을 저지른 사람이 국민 대표로 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20대 총선의 선거사범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도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선거 40일 전을 기준으로 지난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의 입건자 수는 40%가량 증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사력 강화를 위해 공안ㆍ특수 분야의 주요 사건과 살인 사건, 거액의 횡령 사건에는 부장검사가 수사에 직접 참여하는 ‘부장검사 주임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키로 했다.

서복현ㆍ장혁진 기자 sphjtb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