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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문재인 키즈'를 '친노 지역구'에 대거 전략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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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7일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을 수도권에 집중 전략공천했다. 문 전 대표가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 등의 ‘탈당 행렬’에 대한 ‘맞불’로 영입한 인사들을 전면 배치한 공천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사람들이 선거의 전면에 나서게 됐지만 문 전 대표의 위치가 곤란하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결정된 전략공천지의 상당수가 ‘친노’ 인사들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돌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날 경선 없이 중앙당의 판단으로 공천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전략공천이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에 뛰고 있던 친노 성향 후보들은 사실상 ‘자동 공천 탈락’ 통보를 받게 됐다.

대표적 케이스는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이 공천된 경기도 분당갑과 김정우 세종대 교수로 낙점된 경기도 군포갑이다.

분당갑에는 조신 예비후보가 뛰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문재인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후원회장으로 참석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태년·김용익·은수미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조 후보는 노무현정부 국정홍보처 정책홍보 관리관과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총괄팀장 등을 지냈다.

양산에서 칩거 중인 문 전 대표도 영상축사를 찍어 보냈다. 문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참여정부(노무현정부) 때 국정홍보처 대변인을 했고, 제 대선정책과 공약을 총괄한 능력있는 인물”이라며 “조신 후보가 분당 발전을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분당갑에 출마한 조신 후보에게 영상축사를 보냈다. 조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의 저책총괄팀장 출신이다.

조 후보는 전날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해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중앙당사에서 항의시위를 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아름다운 경선을 통해 당원과 지지자들을 결집해 승리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지만 ‘김종인 체제’가 들어선 당 지도부는 그의 항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군포갑에 출마한 ‘혁신과통합(혁통)’ 조직위원장,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한대희 후보도 고배를 마셨다. 군포에 당초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던 김정우 세종대 교수를 전략공천하면서다.

사실상 컷오프된 한 후보 역시 ‘친노’ 인사다. 한 후보가 있던 혁통은 2011년 이해찬 전 총리와 문 전 대표를 비롯 문성근 ‘국민의 명령’ 전 대표, 조국 교수 등이 주도해 만든 단체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합해 ‘민주통합당’을 이루면서 ‘친노의 부활’을 알렸던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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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지난 5일 한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개소식도 김상곤 전 교육감을 비롯해 이해찬 전 총리가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양산에 칩거 중에도 10여명의 예비후보자들에게 영상을 통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노무현정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을 지내고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을 맡고 있는 김선화(아산을) 후보, 노무현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권칠승(화성병) 후보를 비롯해 당내 ‘친노’ 인사로 꼽히는 도종환(청주흥덕)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이종걸 원내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역시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강득구(안양만안) 후보에게도 영상 축사를 보냈다. 강 후보의 경쟁상대는 이종걸 원내대표다.

문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가 잠시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영상 메시지를 녹화해 보내줬다”며 “후보자들의 요청에 따른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영상을 통해 응원했던 후보자들이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한 점에 대해서는 “김병관 후보 등 인재영입은 문 전 대표가 주도해서 완성했지만, 영입된 인사를 전략적으로 어디에 공천하는지 등은 김종인 대표가 판단할 문제 아니냐”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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