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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바람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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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권 안팎의 '개혁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9월 빅뱅설'이 나온다.

이때쯤이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통령)색깔이 뚜렷한 진보적 신당의 골격이 (창당준비위)이 드러나 민주.한나라당의 양당 체제에 금이 갈 것이라는 관측이 그것이다.

7일 한나라당에선 이부영(李富榮).이우재(李佑宰).김부겸(金富謙).안영근(安泳根).김영춘(金榮春) 의원 등 진보 성향 의원 5명이 탈당한다. 같은 날 정치권 외곽의 친노 세력인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신당연대)가 전국 단일조직 창립대회를 한다.

민주당 신주류는 당내에서 신당 추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나라당 탈당파와 신당연대 측.민주당 신주류의 세 갈래가 긴밀히 접촉하면서 신당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11일엔 신당 추진 3대 세력이 한자리에 모인다. 3자 공동으로 '국민참여 신당'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를 계기로 개혁신당 대세론을 형성하겠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대세론으로 신망있고, 전문성있는 외부 인사들을 대거 끌어들여 신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뜻대로 되면 신당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신당파가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아 신당의 위력을 예단하긴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안에서 신당파가 대세를 형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신주류는 그동안 당내에서 공식 신당기구 출범을 위해 애를 썼지만 실패했다. 구주류의 반발을 물리치지 못한 데다 신주류 내부도 분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신당파는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 등이 탈당하는 7일 이후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盧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호남에 이상(異常)기류가 생긴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 몇명이 탈당했다고 해서 금세 신당 바람이 불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구주류는 아직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화갑(韓和甲)전 대표와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5일 정대철(鄭大哲)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신당은 안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구주류는 앞으로도 지역별 '당 사수대회'를 계속 열어 세(勢)를 과시할 계획이다.

신주류이면서도 온건파인 鄭대표는 6일 중도파인 조순형(趙舜衡).이협(李協).김근태.추미애(秋美愛)의원과 만났다. 그리고 "당내 주요 세력 간 타협을 통해 분당이 없는 통합신당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중도파의 의견을 신당파와 구주류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날 저녁엔 鄭대표 주선으로 신당추진모임 의장인 김원기(金元基)고문과 구주류의 '정통모임' 회장인 박상천 의원이 만났으나 대타협의 실마리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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