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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이소, 이대호 기분 좋은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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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날렸다.

8회 첫 타석서 안타 날려
“1월부터 훈련, 컨디션 좋아”
박병호·김현수, 맞대결 침묵

이대호는 6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MLB 데뷔전을 치렀다. 7회 초 애덤 린드(33)를 대신해 1루수로 투입된 그는 8회 말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호는 오른손 투수 A J 액터가 던진 초구(투심 패스트볼)를 밀어쳐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MLB 공식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한 이대호는 1루에서 에인절스 최지만(25)과 만나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시애틀은 7-9로 졌다.

이대호는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힘겹게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예상보다 한참 늦은 지난달 초 계약이 이뤄지면서 비자발급도 늦어졌다. 비자 없이 출국해 훈련했지만 경제활동으로 간주되는 시범경기엔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4일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미국 영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발급받은 이대호는 경기 당일 새벽 1시에 애리조나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와 안타를 뽑아냈다.

이대호의 두 번째 어려움은 옵트아웃(opt-out) 조항이다. 시애틀과 1년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2000만원)에 계약한 이대호가 개막전 25인 명단에 들지 못하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야 한다. 대신 이대호는 3월 말 자유계약선수(FA)가 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갖고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확고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면 시애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MLB 주전을 보장받은 후배 선수들과 달리 이대호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린 건 의미가 크다. 그의 안타가 나오자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이대호는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다. 계속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캠프 합류는 늦었지만 1월부터 훈련을 많이 해서 컨디션이 좋다. MLB는 내 꿈이기도 하지만 변함 없이 나를 응원해주신 팬들의 꿈이기도 하다. 또 아내(신혜정 씨)가 믿고 따라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대호와 달리 이날 MLB 후배 타자들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이날 이대호와 만난 최지만은 교체 출장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두 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치지 못한 최지만의 시범경기 타율은 0.300(10타수 3안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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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센추리링크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13-2로 크게 이겼다. 박병호(30·미네소타)는 6번·지명타자로 나서 2회 수비 실책, 4회 파울 플라이를 기록했다. 2타수 무안타에 그친 그의 시범경기 타율은 0.125(8타수 1안타)로 떨어졌다. 김현수(28·볼티모어)는 3번·좌익수로 나서 4연속 범타에 그쳤다. 1회 2루 직선타로 물러난 김현수는 3·4·7회 모두 내야 땅볼에 그쳤다.

MLB 시범경기 13타석 무안타를 기록 중인 김현수는 6회 수비 때 타구 판단을 잘못해 대량실점의 빌미를 줬다. 김현수는 “공격과 수비에서 내 자신이 아닌 것 같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아이 같은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그러나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김현수가 좋은 공들을 봐왔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기 실력을 찾을 것이다. 그가 기록으로 보여준 건 아직 없지만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며 “오늘도 서너 개의 빠른 공을 날카롭게 쳐냈다”며 그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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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입단식에서 만난 오승환(오른쪽)과 세인트루이스 매서니 감독. [중앙포토]

불펜 투수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MLB 첫 시범경기에서 완벽한 피칭을 뽐냈다.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 3회 2사 만루에 등판한 오승환은 우익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고, 4회에는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지난 3일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팀과의 연습경기에서 1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오승환은 MLB 데뷔전에서도 강력한 공을 던졌다. 오승환은 “내 피칭에 만족한다. 원하는 곳으로 던졌고, 공의 무브먼트도 좋았다”며 “그래도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지금은 투구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오승환이 잘 던졌다.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없었다. 이렇게 아웃카운트를 늘려간다면 우리는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극찬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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