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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만난 사람] 공기로 돈 버는 실리콘밸리 한국 괴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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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기 측정기 ‘어웨어’ 출시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트파인더’ 노범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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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파인더 노범준 대표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어웨어 총판계약을 맺었다. 노 대표는 “향후 어웨어는 직접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거나, 가습기를 작동하게 만드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지난해 5월 초, 세계 최초 소비자 맞춤형 공기 서비스 제품 ‘어웨어(Awair)’ 출시를 앞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비트파인더’의 노범준(39) 대표는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구루(전문가·스승)’로 꼽히는 월트 모스버그(Walt Mosberg)를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월트 모스버그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를 한 무대에서 인터뷰한 유명한 인사다. 실내 공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10여분간 설명한 노 대표는 모스버그가 “코드 컨퍼런스 2015에서 어웨어를 공식 론칭하자”는 제안을 하자 깜짝 놀랐다.

온도·습도 등 5가지, 앱으로 알려줘
청정·가습기 커넥트도 연내 출시
공조기와 연동하면 빌딩 전체 조절

모스버그가 설립한 코드 콘퍼런스는 샤오미·GM·에어비앤비·구글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참여한다. 스타트업 창업자가 이 무대에 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 대표는 “예상치 못한 그의 제안에 가슴이 뛰었다”며 웃었다. 이어 지난해 5월27일(현지시간) 500여 명의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과 관람객 앞에서 어웨어를 정식 런칭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잡았고, 컨퍼런스 이후 파트너십 문의를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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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16㎝, 세로 9㎝ 크기의 어웨어(왼쪽)는 실내 공기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한다. 소비자는 어웨어의 분석 결과를 스마트폰 앱(오른쪽)을 통해 온도·습도·이산화탄소·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미세먼지 순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앱은 실내 공기를 좋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책도 제안한다.

2013년11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비트파인더는 노 대표와 재미 한국인 케빈 조(51)가 공동 창업했다. 이들이 선보인 어웨어는 집이나 건물의 공기 상태를 분석해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제품이다. 집이나 사무실 곳곳에 이 제품을 설치하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유기화합물(새집증후군 요인이 되는 물질), 미세먼지 등 5가지를 분석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알려준다. 상황에 따라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습도 조절이 필요한 때인지 같은 해결책도 제안한다. “어웨어와 비슷한 제품은 있지만, 데이터 분석력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노 대표는 강조했다.

어웨어는 지난달부턴 현대카드 프리비아 몰을 통해 국내 소비자도 만나게 됐다. 노 대표는 한국 출시를 계기로 파트너를 물색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 한국을 방문했고, 다이슨과 블루에어 등의 국내 총판사인 게이트비전과 총판 계약을 맺었다. “2016년 어웨어 판매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5만~10만 대”라고 말했다. 어웨어 가격은 199 달러(한국 소비자 가격 25만9000원)로, 올해 목표 매출액은 250억원 정도다.

노 대표의 다음 단계 야심작인 ‘어웨어 커넥트’는 올해 안에 출시된다. 어웨어 커넥트를 설치하면 어웨어가 실내 환경을 분석한 후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를 직접 가동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어웨어는 제품이지만, 어웨어 커넥트는 실내 공기를 분석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노 대표는 강조했다. 빌딩 공조기와 연동이 되면 빌딩 사무실 공기 상태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일반 소비자에서 B2B로 확대되는 것이다. 노 대표는 “세계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만 5조원”이라며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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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파인더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구성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13명의 임직원중 10명이 한국인이다. 노 대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다. 공동 창업자 케빈 조는 1980년대 한국 청계천에서 컴퓨터 부품을 직접 제작해 판매한 인물이다. 1988년 미국인 엔지니어 눈에 띄어 미국으로 초청받아 건너온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듀퐁 엔지니어 팀장도 지냈다. “둘 다 3D 프린터에 관심이 많아 2013년 여름 전문가 모임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고 노 대표는 설명했다. 의기가 투합한 두 사람은 처음엔 3D프린터 관련 스타트업을 해보려 했다. 실내 공기 관련 사업이 훨씬 장래성이 있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

구로동에서 프로덕션 숍을 20년 동안 운영했던 개발자 윤덕현씨는 제품 제작을 맡고 있다. 노 대표와 케빈 조가 3D프린터 제작을 하려고 그를 접촉했다가 사업까지 함께 하게 됐다.

영국 왕립학교를 졸업한 후 글로벌 디자인회사 아이디오(IDEO)에서 9년간 일했던 김보성씨도 합류했다. 두 창업자가 김씨에게 3D 프린터 사용경험을 물어봤다가 디자인 책임자로 회사에 스카우트했다.

행정고시 합격, 연수원 수석졸업자 백산씨는 지식경제부 공무원을 그만두고 비트파인더 전략담당이 됐다. 미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 김대웅씨, KT에서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고재도씨, 카이스트 출신 백목련씨 등도 비트파인더 멤버다. “한국인이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는 질문에 노 대표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창업 준비를 할 때 인연을 맺었다”며 “다들 능력이 좋은데, 우리의 생각에 동감해서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글=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자세한 내용은 3월7일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 1325호 참조>

◆ 노범준(39) 대표=한국계 미국인 2세로 미국 퍼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대학 졸업 후 보잉·삼성전자·삼성SDS에서 경력을 쌓고 창투사를 거쳐 시스코 미래 신사업팀에 합류했다. 스마트 빌딩 관련 프로젝트를 하면서 실내 환경 관련 사업성을 느끼고 공동창업자 케빈 조와 함께 비트파인더를 창업했다.

◆ 비트파인더=2013년1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났다. 실내공기 관련 스마트 디바
이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홈 산업, 공기관련 디바이스(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친환경 빌딩을 타깃으로 한다. 일본 글로벌브레인, 미국 테크스타스, 한국 K큐브
벤처스 등에서 23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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