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동안 비행 훈련을 받은 끝에 자연으로 돌아간 독수리와 밀수입된 뒤 전염병을 이기고 살아남은 사막여우가 있다.
날지 못하던 새끼 독수리
400g 몸으로 밀수된 사막여우
그런가 하면 나뭇잎을 날라다가 버섯을 키우는 이른바 ‘농사꾼 개미(잎꾼 개미)’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이 최근 잇달아 공개한 동물들이다. 힘겨운 생존과정을 거쳤거나 이색적인 습성을 가진 게 특징이다.
4개월간 나는 법 배운 아기 독수리
국립생태원은 3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에서 독수리 한 마리를 방생했다. 날지 못하는 독수리를 훈련시켜 방생하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 독수리는 지난해 5월 공주시 충남산림환경연구소에서 부화했다. 부모 독수리는 모두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한다. 이 때문에 새끼 독수리는 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충남산림환경연구소 측은 새끼 독수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로 했고, 이를 위해서는 비행 적응훈련이 필요했다. 국립생태원에는 독수리처럼 큰 조류가 비행훈련을 할 수 있는 사육장(길이 42m·높이 12m)이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이 새끼 독수리를 훈련시켰다. 1주일에 3~4차례 비행훈련이 계속됐다. 독수리가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에 줄(등산용 자일)을 매단 다음 최고 100m까지 날도록 하고, 말똥가리 등 다른 맹금류와 함께 살도록 해 야생적응력을 키웠다.
국립생태원 김권식 계장은 “3m높이도 날기 힘들던 독수리가 100m이상 날게 됐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독수리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 이동경로 등을 추적한다.
1.5kg 건강 체구 되찾은 사막여우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와 잘 알려진 동물로, 국립생태원에 5마리(수컷 3마리)가 있다. 2014년 4월 인천세관에서 밀수 동물로 적발된 17마리 중 살아남은 여우다. 나머지는 개 홍역에 감염돼 폐사했다.
생태원은 야외 방사장(61㎡)을 만들어 이들 여우가 뛰어 놀 수 있게 하고 건강관리를 해왔다. 세관 적발 당시 몸무게 400g이던 여우는 1.5kg(몸길이 30cm)까지 자랐다.
20가지 역할 나눠 농사 짓는 개미
인간과 함께 지구상에서 농사를 짓는 몇 안 되는 동물로 꼽힌다. 잎을 잘라 옮기는 모습이 나무꾼과 비슷해 잎꾼개미로 불린다. 이 개미는 몸 크기에 따라 20여 가지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버섯을 키우는 공간(버섯 농장)에서 일하는 가장 작은 일개미, 경비를 서는 경비개미, 잎을 잘라 등에 지고 나르는 중형일개미,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병정개미 등이다. 잎꾼개미는 버섯 균류와 공생한다.
일개미가 나뭇잎을 잘라 굴속으로 운반해 오면 또 다른 작은 일개미가 톱날 같은 이빨로 잘게 썬 뒤 씹어 잎 반죽을 만든다. 이어 효소가 들어 있는 배설물과 잘 섞어 버섯을 키운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전시하는 것”이라며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동물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