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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가세…재계 빅4 전쟁터 된 전기차 배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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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SK이노베이션이 메르세데스-벤츠를 생산하는 독일의 다임러그룹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SK, 다임러그룹과 공급 계약 체결
삼성·LG 양강 구도 체제에 도전장
현대차는 꾸준히 관련 기술 축적
한국, 세계 2위 중국 제칠지 관심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다임러와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다임러는 내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에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한 셀을 팩으로 조립해 탑재할 예정이다.

이 회사 이항수 전무는 “이번 계약은 벤츠의 여러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개발 중인 전기차 4종에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경쟁자인 BMW와 아우디는 물론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경쟁 중인 다임러는 최근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고 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주요 파트너가 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다임러가 최고 수준의 제품만 선별해 쓰는 기업임을 감안할 때 이번 계약은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던지는 출사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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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 1위인 삼성그룹과 4위인 LG그룹이 집중적으로 키우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3위인 SK그룹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남양연구소를 통해 배터리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재계 1~4위 그룹 모두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힘을 쏟는 건 그만큼 전기차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40% 이상씩 성장해 2020년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밀려드는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충남 서산의 배터리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주문에 대비해 공장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계약에 따라 현재 연 800만MWh(고성능 전기차 1만3000대 분량)인 생산능력을 배 이상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7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LG화학은 올해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매출액이 1조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한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南京)에 연산 5만 대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올해 본격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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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부문을 판 삼성SDI는 자동차 전지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달 “2020년까지 자동차 전지에 2조~3조원을 투자하고 울산과 중국 시안에 이은 제3공장 투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생산량 1~10위 업체가 모두 한·중·일 3개국의 기업일 정도로 3파전이 뜨겁다. 현재 세계 1위는 지난해 64.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일본이다. 하지만 일본의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기술력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가 수위를 다툰다.

세계 1위 일본 파나소닉은 그간 독점적 배터리 공급처였던 테슬라가 최근 공급선 다변화를 선언해 위기에 처했다. 4위인 일본 AESC는 닛산의 자회사여서 다른 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제약이 있다.

반면 중국은 2014년 6.3%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18%로 높이며 한국(17.7%)을 따라잡았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기초전력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정부가 전기차 관련 전략을 세워 자국 업체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이수기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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