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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터널 암벽 지지보강재 '락볼트' 빼먹은 건설업체 직원 무더기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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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용철 기자.

고속도로 등을 건설하면서 터널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지지보강재를 빼먹거나 안전을 무시한 발파 공법을 쓴 공사업체 직원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은 17일 울산∼포항 고속도로와 울산∼포항 복선전철을 건설하면서 암벽 지지보강재인 ‘락볼트’를 제대로 넣지 않고 공사비를 챙긴 15명을 적발해 이중 하도급업체 현장소장 배모(42)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울산∼포항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터널 4곳을 건설하면서 터널 내 암벽에 박아 돌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락볼트를 설계 수량인 7만4336개보다 2만541개 적은 5만3795개를 시공해 12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다른 4개 터널 공사현장에서도 설계 기준인 3만3586개보다 1만4200개를 적게 설치해 8억50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포항∼울산 복선전철 입실터널 공사현장에서는 터널 위 토양층 높이가 낮아 진동이 없는 무진동 암반 파쇄공법을 시행해야 하지만 화약을 사용해 굴착했다. 무진동 암반 파쇄공법은 화약 발파보다 공사비가 5배 비싸고 공사기간도 배로 늘어난다. 업체 측은 이를 통해 5억8000만원을 받아챙겼다.

하지만 감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장의 담당감리원 남모(50)씨는 현장소장 배씨에게서 “감리를 잘 부탁한다”는 청탁과 함께 골프채 1세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주에 한 번씩 현장을 점검하도록 한 공사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신욱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수사로 세금 41억원이 새는 걸 막았다”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터널의 정밀 안전진단과 현장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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