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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의 키성장, 진짜 성조숙증 가려 적절히 치료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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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

최근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의 제일 관심사는 무엇보다 ‘아이의 키’ 이다. 곧 시작 되는 새학기에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당하지는 않을까, 아이가 또래보다 빨리 커 혹시 성장이 빨리 멈추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다. 점점 이상적인 키의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 보니 혹시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키가 작아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또래보다 눈에 띄게 빠른 성장을 걱정하며 진료실을 찾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부모들의 걱정처럼 아이의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성조숙증’ 환자수는 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수년간 성조숙증을 우려하여 진료실을 찾는 환자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성조숙증은 일반적으로 만 8세 미만의 여아에서 유방에 멍울이 잡히거나, 만 9세 미만의 남아에서 고환 크기가 4cc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를 말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비만으로 인한 체지방량 과다. 호르몬 불균형, 식품속 유해물질, 스트레스, 인터넷 등을 통한 성적 자극 증가,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이 추정되고 있으며 간혹 뇌종양이나 뇌수종, 난소낭종, 부신 과형성증 등의 원인이 발견되기도 한다.

여아의 경우 가슴 멍울이 생기는 등 유방에 먼저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2년정도 후에는 초경이 시작되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남아는 고환이 커진 후, 음경이 굵어지고 색깔도 짙어지며 음모가 나고,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만 8세 이하의 여아가 가슴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성조숙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필자가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성조숙증이 의심돼 진료를 받은 8세 미만 여아, 9세 미만 남아 총 2만명 이상의 진료기록을 분석해 보니, 정밀 성호르몬검사 및 골연령 진단기준을 통해 진성 성조숙증로 진단된 후 실제 사춘기 지연 호르몬 치료를 받은 ‘진짜’ 성조숙증 환자는 10명중 1명 꼴이었다. 자녀들의 키 성장에 민감하다 보니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성조숙증을 과도하게 염려한 것이다.

아이의 성조숙증이 의심될 경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조숙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비만도, 2차 성징의 출현 정도를 진찰한다. 이와 더불어 손 X-ray 촬영을 통해 골연령을 평가하는데, 실제 연령에 비해 많이 진행되었거나, 진행 속도가 빠르면 성조숙증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고, 성호르몬 검사를 통해 호르몬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 시 뇌 MRI 및 복부 초음파 촬영 등을 더하기도 한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었다고 모두 약물치료를 무조건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특발성 성조숙증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사 등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면서 성조숙증을 관리할 수 있다. 또래보다 신체가 빨리 발달하는 것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학교생활을 힘들어하고, 대인관계가 위축되는 등의 심리적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적절한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진성 성조숙증의 경우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여 사춘기를 지연시키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4주 혹은 3개월에 1회의 약물치료를 통해 사춘기 진행 속도가 감소되고, 발달된 2차 성징이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사라지게 되며, 이후 3~6개월 간격으로 추적 관리를 해 아이의 성징 및 성장상태를 관찰한다. 사춘기를 조절하는 치료를 하는 경우, 당장은 키가 크는 속도가 줄어드는 것 같으나, 성장판이 좀 더 오래 열려있게 해서 키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연장시키는 장점이 있다.

모든 부모의 바람은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는 것이다. 아이의 건강하고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이와 운동 등 바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패스트푸드식품 및 고열량 식품은 체지방량 증가를 통해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시킬 수 있고, 체지방량이 많을수록 환경호르몬에 지방층에 더 많이 축적된다. 성분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건강 보조제등을 함부로 먹는 것을 피하고, 너무 빠른 성장을 염려해 인위적으로 식단을 조절할 경우 오히려 키가 안 자랄 수 있으므로 5대영양소가 함유된 식단으로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꾸준히, 줄넘기나 조깅, 태권도, 수영, 구기운동, 스트레칭 등의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아이를 쑥쑥 자라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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